[책과 함께 창의 경영]
(14) `좋은 기업을 넘어…` 100번 읽고 혁신 DNA 키웠죠
(14) 김상래 성도GL 대표
직원들 매달 1권씩 독서…독후감 홈페이지에 올리고 토론
‘삼더정신’ 모토로 독서경영 실천
서울 충무로에서 인쇄 · 출판 장비 및 필름을 제조 · 공급하는 성도GL은 고객에게 밥을 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술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02년 김상래 대표(52)가 CEO에 취임하면서 고질적인 접대문화를 없애버렸다. 대신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나 뮤지컬 공연에 고객을 초청한다.
이른바 ‘문화접대’다. 해외에서 바이어가 오면 특급호텔에서 좋은 식사를 대접하는 대신 빈대떡집에서 막걸리를 한 잔 한 뒤 ‘난타”점프’를 보여준다.
직원들한테도 마찬가지다. 회식 대신 1년에 네 차례 계절별로 직원과 가족을 초청해 뮤지컬,오페라,연극 등을 같이 보면서 소통하고 감동을 공유한다. 새로 들어온 직원은 먼저 예술의전당에 데려간다. ‘문화경영’을 통해 고객 및 직원과 소통하고 지역사회에도 공헌하는 것이다. 성도GL이 2007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미술관 ‘공간 퍼플’을 연 것이나 헤이리오케스트라를 만들어 1년에 두 차례 공연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성도GL이 문화경영의 큰 틀에서 추진하는 또 하나는 책읽기다. 이 회사 직원들은 2005년부터 매달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홈페이지에 올린다. 독서 발표회와 독서워크숍,매달 한 차례씩 토요일에 열리는 ‘성도아카데미’ 등을 통해 책의 내용에 대해 발표 · 토론한다. 매달 10여권의 책을 읽는 김 대표도 매달 독후감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토론에도 참여한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가치관 경영입니다. 올해 초 우리 회사가 만든 ‘우리의 신념’은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핵심가치를 분명하게 담은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더 똑똑하게(지식창출),더 빠르게(도전과 실행),더 즐겁게(정직과 헌신)’ 일하자는 ‘삼더정신’입니다. 이 삼더정신을 실천하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책읽기입니다. ”
‘더 똑똑하게’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자는 것이고 ‘더 빠르게’는 실천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우자는 뜻이다. 가령 ‘더 빠르게’ 일하기 위해 이 회사 직원들은 스타벅스 · 교세라 · 닌텐도 · 유니클로 등의 성공기업의 사례를 담은 책을 읽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방안을 토론한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하인리히 법칙》 《디테일의 힘》은 필독서로 정해 팀별로 읽고 실제 적용방안을 탐구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 회사를 망칠 수도,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100-1’은 99가 아니라 0이 될 수 있고,’100+1’은 101이 아니라 200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직원들의 미소 하나,고객 불만에 대한 전화 응대법 같은 것이 그런 사례지요. 《일본전산 이야기》에 보면 컴퓨터 청소는 컴퓨터만 청소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를 들어내고 그 자리를 닦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착안해 우리는 매달 한 차례 회사 구석구석을 청소하면서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
《리츠칼튼 꿈의 서비스》에서도 중요한 것을 배웠고 큰 성과를 얻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이 책에는 객실의 침대 시트를 정돈하는 아주머니가 그 방법을 실천 매뉴얼로 만든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착안해 성도GL은 물류서비스의 매뉴얼을 새로 만들었다. 입고,출고,배달의 전 과정을 매뉴얼화해 상품 도착 시간,배송 지연 시간을 고객에게 미리 알려준다. 상품 배송 후에는 불편사항이 없었는지 해피콜 서비스를 실시하고 매달 한 차례 고객에게 좋은 시와 그림을 담은 액자를 선물한다. 고객이 기대하지 못했던 ‘꿈의 서비스’를 통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2008년 말 디지털 장비를 입찰할 때였습니다. 우리 회사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는데도 싼 값을 제시한 다른 업체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어요. 그건 고객과 많은 대화를 해본 결과 무조건 싼 가격을 원하는 게 아니라 고가의 장비인 만큼 서비스 질과 서비스 기간 등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전담 서비스인력 보강 등을 약속한 덕분이었습니다. 협상의 원리 중에 ‘요구 대신 욕구를 파악하라’는 말이 있는데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이 게 다 《협상의 10계명》을 읽고 실천한 덕분입니다. ”
김 대표가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책에서 경영의 지혜를 배웠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회사의 미션과 비전,핵심가치를 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권의 책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이다. 이 책들을 100번도 더 읽었다는 그는 CEO 취임 이후 팀장급 이상의 필독서로 정해 7~8년 동안 읽고 토론한 끝에 올해 초 ‘우리의 신념’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씨티은행과 다우케미컬 등 미국 회사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다 부친이 운영하던 성도GL의 경영을 맡았다.
지난해(500억원)보다 30%나 늘어난 성도GL의 올해 예상매출액(650억원)이 문화경영,독서경영의 성과를 말해준다. 김 대표는 “나중에 우리 회사가 성공해서 그 이유를 묻는다면 주저없이 독서경영과 조직적인 학습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경제·교보문고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