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금융위기 해소 오래 걸릴 것” 김종인 “뾰족수 없다”
■ 조순 전 경제부총리
“돈 퍼부은 양적완화 실물은 전혀 안움직여… 깨진 독에 물 부은 셈” 조순 전 경제부총리(83)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더 이상 정부의 정책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 와 있다. (회복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전 부총리는 “현재 금융이 실물과 너무 많이 격리돼 있어 금융부문에서 어떤 조치를 내놓더라도 실물이 반응하기 쉽지 않다”며 “미국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단기 국채 매매를 통해 유동성은 유지하면서 시장의 금리를 조작하는 것)를 시행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3차 양적완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기업과 민간부문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뭘 내놓든 기업은 내 물건이 잘 팔릴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움직인다”면서 “지금은 대부분 안 팔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 돈을 풀더라도 기본적인 유효수요(확실한 구매력의 뒷받침이 있는 수요)가 있어야 유동성을 늘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지금은 실물경제에서 유효수요는 줄어가는 반면 불확실성만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 각국에서 재정과 금융을 팽창시키며 돈을 풀었지만 이는 금융에 대한 응급처방이었고 실물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회복과는 거리가 멀었다”면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나 국제수지 불균형 등 어느 하나라도 실물 부문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쏟아낸 돈은 실물 부문의 경제구조 개편과 같은 문제의 핵심이 아닌 표면을 따라 흐른 뒤 다 떨어져 내렸고 깨진 독을 고치지 않고 물만 쏟아부은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20개국(G20)이나 유로존 등 국제공조를 통한 위기 극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공조는 기본적인 이해관계가 같아야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영국과 이탈리아 등 선진국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글로벌 리더십 부재가 상황을 더욱 장기화시킬 악재라고 지목했다. 조 전 부총리는 “해법은 결국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인으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이런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71)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해결할) 뾰족한 방도가 없다. 한번은 터져야 하는 문제이고 이를 교훈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전 세계 통화 거래량이 955조달러인데 그중 파생상품 거래가 601조달러,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이나 주식이 87조달러로 실물생산에 투입된 자금은 63조달러밖에 안된다”면서 “지나친 금융중심 경제구조를 탈피해야 하지만 이미 (금융 부문이) 너무 커져버렸고 손을 쓰기에는 늦었다”고 진단했다. 김 전 수석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가장 먼저 회복된 것이 미국 월가의 주식시장”이라면서 “위기극복 과정에서 들어간 돈이 실물로 들어가지 않고 모두 금융으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화된 세계금융시장은 서로 뒤엉켜 있기 때문에 언제나 구조적으로 잠재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제는 이를 통제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고 조정도 불가능해졌다”면서 “갈 데까지 가서 한번은 겪어야 할 상황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김 전 수석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각국이 상호 협력해서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브릭스 국가나 중국이 유로존의 채권에 투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도 실행 가능성이나 효과가 기대 이하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례로 “국제공조를 하겠다며 G20이 만들어지면서 금융기관의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처럼 했었다”면서 “하지만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정도를 빼곤 지금까지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국가 간의 이해관계 조율이 어렵고 금융 부문의 구조개혁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전 수석은 “우리 경제도 이 파국을 쉽게 지나치기는 어렵다”며 “당장 유로존에서 들어온 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문제가 복잡해지고 물가 등 국내 사정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행히 외환보유액이 지금은 어느 정도 쌓여 있어서 당장 심각한 문제로 발전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일단 우리 방비를 튼튼히 하고 세계경제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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