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12일 09:57 환경일보 한종수 기자
[환경일보 한종수 기자] 최근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전 산업 어디서나 녹색성장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선 기업 현장에서는 이런 것을 좀처럼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장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선 많은 기업인들이 녹색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녹색산업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업은행이 자체 녹색성장지원단을 신설, 녹색성장기업 육성 및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기관과도 연계하며 ‘녹색컨설팅’을 마련해 기업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에서 조준희 수석부행장을 만나 기업은행이 어떤 계획과 비전으로 금융권 탄소경제의 주축으로 성장하게 될지, 특히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 어떠한 참여 전략을 제시하고 지원할 계획인지 자세한 분위기를 살펴봤다.
Ⓠ 국내최초로 ‘Eco-Branch’를 개점하게 된 배경은?
Ⓐ Eco-Branch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를 은행 지점에 설치해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미래친환경 은행점포를 말한다.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해 보고자 하는 것은 물론, ‘환경’과 ‘녹색성장’ 마인드를 확산시키는데 모델역할을 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하게 됐다.
Ⓠ 특별히 시화공단지점을 선택한 이유는?
Ⓐ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공단지역에 위치해 있어 홍보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해 선정했다. 또한 Eco-Branch 내부는 LED조명, 물 안 쓰는 소변기, 자판기 타이머 등 새로운 그린제품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우리 기업은행은 시화공단 Eco-Branch를 녹색경영을 상징하는 지점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 국내 중소기업의 저탄소 시장경제 대책 수준은 어떠한가?
Ⓐ 녹색성장이 성공하려면 국민경제의 하부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녹색성장 사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장기사업이므로 대기업이 추진할 사업이지 중소기업이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며 녹색성장의 성패는 풀뿌리 녹색성장을 주도할 중소기업의 저변확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품소재, 그린IT 등 중소기업 진입이 용이한 녹색사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기업은행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녹색경쟁력은 여전히 열악하고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환경문제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저탄소 녹색산업’에 선구자적 역할을 자처하게 된 배경은?
Ⓐ 당행 거래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80%의 중소기업은 녹색성장이 新시장 형성 등 향후 사업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기술수준은 선진국 경쟁기업 보다 낮은 수준이며,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 및 인력확보, 판로개척 등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소기업 10개사 중 8개사는 환경문제를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비해 환경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중소기업은 4.5%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기업은행은 녹색성장시대 주체인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시장진입과 지속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핵심 녹색기술개발에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녹색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중소기업이 환경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 ‘녹색컨설팅’의 구체적 사업추진 방향은?
Ⓐ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은 탄소관세 부과 등 자국 기업의 환경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녹색보호주의(Green Protection)’를 해마다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은 온실가스 배출규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영향은 곧 중소기업에게 전달될 것이다.
기업은행은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녹색시장 참여전략을 제시하는 ‘녹색컨설팅’ 서비스를 이달부터 본격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녹색성장지원단’ 내 자체 ‘녹색컨설팅팀’을 신설하고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지원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 녹색컨설팅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 지난해에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찾아온 업체 관계자가 적었다. 그래서 반응이 뜨거울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19개 기업이 신청해 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은행 내 녹색성장지원단 인력이 많지 않아 더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앞으로 타 부서와 연계하고 인력을 늘려 더욱 많은 기업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해 나갈 방침이다.
Ⓠ 외부전문가 영입에 환경 관련 학자·관료 출신을 고려하나?
Ⓐ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게 사실인데 좋은 얘기다. 괜찮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 달라. 기업 경제와 환경을 아우를 수 있고, 진취적인 사람이 있다면 적극 영입하겠다. 현재 산업계 CEO들을 녹색성장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는데 범위를 넓혀 보겠다.
Ⓠ ‘녹색컨설팅’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 특히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정부 규제가 우려되는 기업, 탄소시장 진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기업, 에너지절감 및 온실가스감축 기술 보유 기업, 발생 가능한 손실을 진단하고 잠재적 위험 관리를 하고자 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컨설팅을 통해 기후변화 위험진단 및 대응전략을 제공하고, 온실가스 감축사업 발굴 및 추진전략도 제시해 나갈 방침이다.
Ⓠ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대한 기업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참여방안은?
Ⓐ 공장·빌딩·아파트 등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은 필수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당행은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6000억 원 규모의 ‘기업 특별 설비투자펀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3000억 원을 녹색성장산업 등 신성장동력산업의 신규 설비투자기업에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녹색산업 중소기업의 다양한 자금수요 형태에 따라 ‘녹색설비브릿지론’, ‘태양광발전시설자금대출’ 등 맞춤형 녹색금융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행은 녹색설비 투자확대를 통한 녹색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설자금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며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투자대상기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금융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녹색생활실천과 더불어, 녹색성장의 성공여부는 녹색금융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IT,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의 발전과정에서 국내 금융 산업이 지대한 역할을 수행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녹색성장이 추구하는 바는 기존산업의 에너지효율 극대화와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같은 미래 산업 육성을 통한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의 육성과 금융부문의 지원이 필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따라서 금융의 역할은 자금의 흐름을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는 ‘녹색성장호(號)의 엔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