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중동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중동 아랍 사람들은 더 이상 낙타 타고 사막에 살지 않는다. 베두인이라 불리는 유목민들이 스스로 도시문명을 포기하고 오아시스를 배회하기는 하지만 주민 90% 이상이 이미 도시에 정주하는 삶을 선택했고, 대도시에서 첨단을 꿈꾸며 살아간다. 물론 어느 사회나 빈부 격차가 있고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지에서는 내전 상황이 지속되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거의 매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촉발된 중동의 전쟁과 국가 간 갈등은 이미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축소판이 된 지 오래라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와 경쟁적 상호 관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이 더 이상 중동 원유에 의존하지 않는 세계 최대 에너지 패권국으로 부상한 점이다. 지난 100년 가까이 석유가 절대 국익으로 작동하는 시기에 미국은 이를 지키기 위해 거의 모든 중동 문제에 무분별하게 개입해 왔다. 두 차례 걸프전쟁을 촉발했고, 2001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치렀다. 2003년에는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거짓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아랍 민주화 이후 소용돌이 속에서 시리아와 예멘 내전에 깊숙이 개입했다. 상황이 바뀌자 미국은 재빨리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라크에서 철군하자 이 나라는 곧바로 반미 국가로 돌변해 버렸다. 같은 시아파인 이웃 이란과 연대하면서 전쟁 이전보다 더 강력한 반미 벨트가 형성되었다. 시리아에서 발을 빼면서 12년이나 끌었던 내전은 러시아의 완전한 승리로 끝이 났다.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몰락한 다른 아랍 지도자들과는 달리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예멘 내전에서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자 되살아난 후티 반군은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도 2021년 8월 미국이 탈레반 정권과 오랜 평화협상을 마무리하고 전격적으로 철수를 완료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위한 협력 파트너로 미국이 선택한 탈레반 정권은 보란 듯이 무혈 집권에 성공했다.
그래도 미국에 중동은 여전히 중요한 지역이다. 미국이 떠난 공백을 그대로 러시아와 중국이 메꿔가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군이 주둔하지 않은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견고하게 지킬 수 있는 동맹은 이스라엘이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24개의 적대적 이웃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는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와서도 중동 산유국들과 이스라엘 사이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하고 경제·군사 동맹체를 만들어 놓고 중동을 관리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이집트, 모로코 등이 이미 수교를 완료했고 오만, 쿠웨이트, 요르단, 카타르 등도 수교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외교관계를 맺음므로써 중동에는 완전히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국내 여론이 만만치 않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 논의는 좀 더 성숙된 환경을 필요로 하겠지만 38세 젊은 실세인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밀어붙이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인 네옴 신도시 구상은 바로 이스라엘 접경지대에 두고 있다. 10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부을 예정인 미래 신도시를 이스라엘과의 안전 협력축 내에서 건설하겠다는 명확한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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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터키 이스탄불대학 역사학 박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한국튀르키예친선협회 사무총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중앙아시아연구원(UNESCO-IICAS) 학술위원(한국대표) ▷성공회대 석좌교수 ▷국내외 저서 90여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