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酒類 소통이 진짜 ‘소통’입니다
2010년 10월 12일 11시 00분
소통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 ‘처음 운동’·‘십자형 소통’ 정통해야 고객에게 감동줘
양병무(55) 재능교육 사장. 그는 경력을 거슬러 사는 사람이다. 경영자 생활을 하다 은퇴해 교수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교수를 하다 전문경영자로 스카우트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필자와 양 대표의 인연은 그가 인간개발연구원장을 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니 거의 6~7년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그는 필자의 리더십 멘토로서 리더십에 관심을 갖게 인도해줬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셈이다.
그가 올 5월, 재능교육 대표이사로 가게 됐다고 했을 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간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의 훈수쟁이(?)로서 코치하던 것과 현장에서 선수로 뛰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백전노장으로 잡초의 리더십을 익혀온 경영자들이 ‘이론’을 곱게 배운 학자, 이론가들을 답답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전투성 부족 때문이 아니던가. 그는 과연 교과서는 잊을 것인가? 아님 교과서대로 할 것인가 궁금했다.
이제 CEO 새내기 생활 5개월째. 어느 정도 현장의 더운밥 찬밥을 먹었을 때를 즈음해 본 시리즈의 첫 섭외 인물로 그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양 사장의 현장경영 점수는 어떨까. 일단 주위 평가를 들어보면 합격점 이상이다. 그는 자신이 훈수한 대로 차근차근 원칙 중심 모범경영을 실천하고 있고, 벌써부터 현장에서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왓킨스(하버드大) 교수는 신임 리더는 90일 안에 조직을 장악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어떤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을까.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찻잔이 나오기도 전에 다짜고짜 실전 경험 이야기부터 물어봤다.
그간 설파해온 경영 이론이 오히려 현장에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답을 알고 임하는 야전이기에 즐겁고 여유롭다”고 대답했다.
소통의 달인 양병무 사장 “꼭 적도록”
양 사장은 술과 골프 모두 못하는 경영자다. ‘형님, 아우님’ 하며 한 잔이 들어가야 서로 얽히고 설키고, 맘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끈끈한 정의 한국 사회에서 그의 방식은 통할 수 있을까?
기업 간 M&A를 한 모 CEO가 “내가 마신 폭탄주의 양은 양 기업 간 소통의 횟수”라고까지 토로하는 것을 필자는 들은 적이 있다.
“하하, 정신 똑바로 차리고도 못하는 이야기가 술 마시면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요? 취한 상태에서 오간 이야기가 정말 심금을 열어놓는 이야기일까요? 리더가 소통을 할 때 현장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듣는 것 그 자체도 의미 있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피드백이라고 봅니다. 저는 미팅을 가질 때, 반드시 적도록 합니다. 그리고 모든 의견을 취합해 각 담당부서에 검토를 해 즉시 시정, 장기검토, 단기검토 사항으로 분류해 피드백을 해주지요. 술 마시고 이야기하는 둥 마는 둥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겪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습니까?”
그의 ‘비주류(非酒類) 소통’ 이야기를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폭탄주 오가며 실컷 이야기했는데 매번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가 되는 것보다 말똥말똥한 생각을 가지고 조목조목 이야기해 제도적으로 반영되고 수정되는 게 더 나을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 그와의 약속은 몇 번의 연기 끝에 이뤄졌다. CEO는 바쁠 수밖에 없지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를 갖고 그의 경영 지향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경영전략가로 이름난 헨리 민츠버그 교수(캐나다 맥길대)는 저명한 CEO들의 행동 패턴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경영자들은 하루 8시간의 업무 시간 동안 총 583가지 잡다한 활동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직원의 글에 댓글 다는 신문화도 창조
산적한 이 많은 업무 중 어디에 가장 많은 시간을 누구와 보내는가? 그것은 곧 CEO의 컬러와 지향점과도 통할 것이다.
양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일정의 최우선 순위로 둔 것은 재능교육 수도권과 지방권 총국을 전부 순회하는 것이다. 비서팀이 두 달 일정으로 잡은 것을 그는 한 달로 단축해 초과 달성했다.
“저는 현장 제일주의를 지향합니다. 동의보감에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이란 말이 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못하면 아프다‘는 뜻이지요. 소통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현장과 소통해 정통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현장을 중시할 때 수요자 중심의 정책, 태도와 행동이 나올 수 있지요.”
소통을 이야기할 때 리더의 청취력이 빠질 수 없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소통 갭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리더는 소통을 웅변으로, 직원은 건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이 같은 동상이몽을 해결하려면 직원 존중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전을 소통하는 것뿐 아니라 소통에서 비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갈 수 있지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를 제 경영철학으로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나부터, 내 옆 사람부터 행복하게 해주면 팀이, 그리고 조직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양 사장이 요즘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강조하는 혁신은 ‘처럼 운동’과 십자형 소통이다. 처럼 운동의 골자는 대표는 회장처럼, 임원은 대표처럼. 실장과 팀장은 임원처럼 한 단계씩 눈높이를 높여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자는 것이다.
또 상하좌우 언로가 트이는 십자형 소통으로 열린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경영자의 글에 직원이 댓글을 달 뿐 아니라 경영자도 직원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신문화를 창조하는 것부터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책 읽고 글 쓰는 게 취미인 CEO, 주말은 골프장이 아니라 직원에게 보낼 사내 편지 내용을 고민하느라 책상머리에서 보낸다는 모범생 CEO 양병무 사장을 보며 문득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말한 단계5의 리더에 대한 묘사가 연상됐다.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시킨 리더는 마치 화성에서 온 사람들 같았다. 나서지 않고 조용하며 조심스럽고 심지어 부끄럼까지 타는 이 리더들은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의 역설적 융합을 보여줬다. 그들은 패튼이나 시저보다는 링컨이나 소크라테스에 더 가까웠다.”
김성회 리더십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리더십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