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개열 수술하는 ‘오퍼레이션 스마일’ 단체 만든 윌리엄·캐서린 부부 訪韓
1982년 안면 성형 전문의 윌리엄이 필리핀에 의료봉사를 간 것은 다양한 증상의 환자를 접해 수술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의사가 왔다는 소식에 구순구개열(입술입천장갈림증·일명 언청이) 환자 300여명이 몰렸다. 윌리엄은 소아과 간호사인 아내 캐서린과 예정된 일정 동안 40명의 어린 환자를 수술했고, 나머지는 돌려보냈다. 윗입술이 갈라진 8세 딸을 업은 여자가 바나나 송이를 내밀며 귀국하려는 이들 부부를 막아섰다. 윌리엄은 “내년에 다시 올 테니 그때 보자”고 거짓으로 둘러댔다. 지켜보던 현지 간호사가 중얼거렸다. “저 가난한 여자는 5년이고 10년이고 당신을 믿고 기다릴 거예요.”
‘오퍼레이션스마일’의 윌리엄 매기(오른쪽)·캐서린 매기 부부가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4세 때 필리핀에서 수술을 받았던 채들린양을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채들린은 지난 3월 필리핀 오디션 프로그램 칸타필리피나(Kanta Pilipinas)에서 우승해 가수의 꿈을 이뤘다. /이진한 기자
저개발국 구순구개열 환자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무료 수술 단체 ‘오퍼레이션 스마일(Operation smile)’은 윌리엄 매기(Magee·69)와 캐서린(68) 부부 수술팀으로 시작됐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오퍼레이션 스마일은 전 세계 60개국에 지부를 두고 5500명의 자원봉사 의료진을 거느린 세계 최대 수술 봉사 단체가 됐다. 지금까지 이 단체를 통해 웃음을 되찾은 아이는 모두 22만명에 이른다. 지난 4일 오퍼레이션 스마일 한국 지부의 자선 경매 행사 참석차 서울에 온 매기 부부를 만났다.
구순구개열은 얼굴이 형성되는 임신 4~7주 사이에 입술과 입천장을 만드는 조직이 적절히 붙지 않아 생기는 증상이다. 선진국에선 보통 구순구개열 환자가 태어나면 즉각 수술을 한다. 하지만 상당수 저개발국에선 수술비가 없거나 의료진이 없어 환자들이 평생 기형을 안고 살아간다. 윌리엄은 “이들 중 상당수가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는다”고 했다. 윌리엄은 1년 중 6개월은 미국에서 돈을 벌고, 나머지 6개월은 제3세계를 돌았다.
지금까지 윌리엄이 수술한 구순구개열 환자는 1만명이 조금 넘는다. 30년 동안 하루 평균 환자 1명을 수술한 셈이다. “그래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죠. 세상을 놀라게 할 뭔가가 필요했어요.” 1999년 그는 캐서린과 함께 비행기를 통째로 빌려 내부를 3개의 수술실로 개조했다. 이 비행기를 타고 자원봉사자들과 9주 동안 동남아·남미·중동 18개국을 돌았다. 수술실이 날아오자 환자가 몰렸다. 이 기간에 5000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단기간 수술 수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독지가들의 관심이 쏠리며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도 크게 늘었다. 윌리엄은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으로 무료 수술에 나섰다. 부부 수술팀으로 시작된 오퍼레이션 스마일은 이제 연평균 2만명을 수술한다. “수술하는 것 못지않게 기술 전수도 중요해요. 치료를 하고 장비를 남겨놓고 가지요. 처음엔 우리가 직접 수술을 했지만, 최근엔 전체 수술 환자의 66%가 우리에게 교육받은 현지 의사를 통해 수술을 받습니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신한 한국에 이들은 관심을 표했다. “한국은 ‘성장’을 이뤘습니다. 이 성장을 통해 인류애 구현에 동참한다면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국엔 뛰어난 성형외과 의사가 많습니다. 이분들이 동참한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선 세스코와 팜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전순표 이사장이 2011년 지부를 창설했다. 전 이사장은 중국·베트남·네팔 등 아시아 어린이들의 구순구개열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매기 부부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에서 채들린(18)이란 소녀가 한국을 찾았다. 채들린은 4세 때 오퍼레이션 스마일을 통해 수술을 받았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아이였는데, 갈라진 입술 틈으로 소리가 새 알아들을 수 없었죠.” 채들린은 지난 3월 필리핀 최대 오디션 프로그램 칸타필리피나(Kanta Pilipinas)에서 우승해 일약 스타가 됐다. “구순구개열 수술에 240달러(약 25만원) 정도 듭니다. 이 돈이면 평생 손가락질 받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갈 아이에게 전혀 다른 미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