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중견기업 회장님 요청으로 신규시장 진입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략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마케팅 전문가도 아닌 내가 왜 이런 자리에 초대를 받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고 불과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회장님이 왜 나를 불렀는지 감이 왔다. 바로 부서간에 발생하고 있는 갈등을 어떻게 치유했으면 좋은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해외 유명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유통시키며 승승장구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자사 브랜드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 생각으로 아이템 선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 왔고, 이날은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전체적으로 PT는 훌륭하게 진행이 되었다. 수요예측을 위한 잠재고객 분석도 좋았고, 예상되는 코스트와 1~3단계로 나뉜 판매전략도 ‘5P전략’에 의해 교과서처럼 잘 구성이 돼 있었다. 그들이 기획한대로만 가 준다면 이 회사의 주력매출이 기존의 해외브랜드에서 국산브랜드로 옮겨갈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회장님을 포함해 모두가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급제동을 걸고 나왔다. “예측한 원가 계산이 엉터리로 작성됐다. 저건 거짓이다. 저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회사는 심각한 경영손실이 예상된다”는 재무팀장의 목소리였다.
기업 특성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직에는 상호 협력부서가 있고 상호 대립부서가 있다. 상호대립이 심한 부서를 꼽으라면 아마도 ‘영업 vs 재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영업의 미션은 매출 극대화에 있는 반면 재무의 미션은 비용절감에 있기 때문에 항상 마찰을 빚게 되는 것이다. 이 기업의 경우도 비슷했다. 평소에 개념 없이 돈만 쓰는 전략사업부를 영 못마땅하게 여기던 재무팀장이 작심하고 제동을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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