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책]‘인권 수호’가시밭길 100년
[속보, 생활/문화] 2003년 12월 05일 (금) 17:48
…박원순/두레-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온갖 핍박과 고난을 견디며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한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인권변호사들은 부조리한 세상과 억압에 저항하며 그것을 개혁하려 온몸을 던졌던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인권변호사다. 저자는 인권의 개념이 국가로부터의 고문, 구속, 침해라는 좁은 의미에서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로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권변호사는 이미 일제시대 때부터 활동했다. 일제치하에서 김병로, 이인, 허헌 등은 ‘3인 변호사’로 일컬어지며 독립운동가들의 변론을 위해 헌신했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혼란과 갈등에 휩싸였고 인권변호사는 손꼽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저자는 진보당 사건을 변론한 김춘봉 변호사, 경향신문 폐간사건을 맡은 정구영 변호사 등을 ‘암흑사법’ 시대에 인권을 위해 싸운 몇 안되는 변호사로 꼽았다. ‘인권 변론의 비조’로 유명한 이병린 변호사는 군사독재 시대 인권변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는 김지하 ‘오적 사건’ 당시 200자 원고지 190장에 달하는 변론안에서 정다산, 맹자,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등 동서고금의 사상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론을 인용, 무죄를 주장했다. 한승헌 변호사는 동백림사건, 통일혁명당사건 등 수많은 사건을 맡는 가운데 반공법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유신체제의 무자비한 인권유린 시대에서는 이돈명, 황인철, 조준희, 홍성우 등 ‘4인방 인권변호사’가 인권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 10월 유신, 긴급조치, 5·17 비상계엄 확대, 광주사태 등 유신독재와 전두환 정권 당시 온갖 시국관련 사건을 맡았다.
조영래 변호사는 민청학련사건으로 수배돼 피신생활을 하면서 ‘전태일 평전’을 펴냈다. 책은 이어 1985년 ‘정법회’의 조직, 19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탄생 등 인권변호의 역사를 정리했다. 2만3천8백원.
〈박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