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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 |
“의장 임기 끝나면 반구대암각화 보존운동”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김형오 국회의장은 오는 29일이면 임기 2년의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3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만난 김 의장에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국회의원으로 돌아가는 거야”라는 너털웃음 섞인 답변이 돌아온다.
“그냥 국회의원으로 돌아가면 무얼 하실 거냐. 책을 보면 문화에 관심이 지대하신 듯한데 본격적으로 문화운동에 투신하실 거냐”고 되물었더니 분명한 대답 대신 “그쪽 분야에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다소 시들한 답변이 나왔다.
이에 김 의장이 최근 펴낸 단행본으로 문화유산 답사기 성격이 강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생각의나무)에 울산 반구대 암각화 얘기가 나오기에 “반구대를 어찌할 것인가? 물속에 저렇게 계속 담가 두어야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예상한 대로 단호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건 어떻게 해서라도 내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까지 등재하려는 반구대 암각화를 ‘물고문’을 한대서야 말이 됩니까? 의장 임기 끝나면 반구대 보존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김형오 국회의장 |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그보다 6년 전인 1965년, 울산지역 식수와 공업용수 건설을 위해 반구천 하류에 건립된 사연댐으로 인해 연중 8개월 이상 물에 잠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보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자맥질’을 계속하는 이런 실태를 김 의장은 ‘물고문’이라고 표현했다.
김 의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을 두고 지루한 공방을 벌이는 울산시와 문화재청을 모두 비판했다. 다만 비판의 강도는 문화재청을 향한 톤이 약간 더 높은 듯했다.
“식수원 확보를 내세워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울산시의 어정쩡한 자세도 문제고,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생각 또한 옹고집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저런 ‘물고문’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2~3년 내에 암각화는 다 훼손되고 없어질 듯한데, 두 기관은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 의장은 “암각화 주변에 방벽을 치거나 물길을 돌려서라도 유적을 보호하자는 제안을 모두 문화재청에서 주변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면서 “하지만 물에 의한 훼손에서 암각화를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런 조처를 하고 난 다음에 다른 보존 방안을 마련해 보자”고 제안했다.
2년간의 국회의장 재임 기간 김 의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다녔다. 몇 번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글쎄, 6~7번쯤 될까? 공식 일정으로 가기도 했지만, 그러면 그쪽(박물관)에 폐가 되는 것 같아 비공식적으로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책에는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문화재를 보고 오면 마음이 뿌듯해져요. 국립박물관이 경복궁에 있던 시절에는 이런 감정을 좀처럼 느낄 수 없었어요. (박물관) 시설도 시원찮았고, 나 또한 이쪽에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요즘은 문화재를 보면서 우리 역사의 숨결 같은 것을 실감합니다.”
‘더 가까이서’…국보 반구대 암각화 찾은 국회의장(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김형오 국회의장이 1년에 절반 이상 물속에 잠겨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한 국보 반구대 암각화를 직접 찾아 둘러보고 있다. 2010.3.14 [email protected] |
지난해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덴리대에서 대여한 몽유도원도를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관람객이 많이 몰린 까닭에 김 의장 또한 1시간 이상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고도 막상 몽유도원도는 “5분도 채 관람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의장은 자신의 문화유산 체험을 이 시대 우리의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를 보면 불평과 불만이 너무 많습니다. 집안이 어려운 것도 남의 탓으로 돌려 그것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갈아엎으려고만 합니다. 역경이 있으면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려 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사를 증오만 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역사와 문화재를 통해 나는 그런 역경을 이긴 우리 민족의 힘을 봅니다.”
이번 책은 꼭 문화유산 답사기만으로 채운 것은 아니다. 그것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울산의 전통시장인 신정시장, 부산 국제영화제, 인천경제자유구역, 전남 영암의 F1 경기장 등을 돌아본 소감도 뒷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그 전편 격인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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