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서 매주 책1권 독파… 조찬모임 등 7000회 참석 토론…
지난해 5월 삼성경제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775명의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슈미트 회장 강연 초청장을 보냈다. 슈미트 회장은 이른 시간 강연장을 가득 메운 800여 명의 한국 기업인을 보고서는 “경영자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원동력일 것”이라며 놀랐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기업의 CEO들은 이런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
○한국 CEO의 새벽 공부방, 조찬모임
한국 기업인의 독특한 문화가 된 ‘조찬모임’은 공부와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 대상 온라인 교육기업인 휴넷은 경제연구소, 경영대학원, 기업, 단체 등이 주최하는 조찬모임은 연간 30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조찬모임에 열성인 기업인 가운데 삼익THK 심갑보(72) 회장이 단연 돋보인다. 심 회장은 38년 동안 7000회가량의 조찬모임과 세미나에 참석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명예회장인 인간개발연구원의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1975년 이후 33년 동안 1540회의 조찬모임을 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CEO 월례조찬 세미나는 매회 평균 500명가량이 참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업인 가운데 대표적인 ‘공부벌레’로 알려진 아주그룹 김재우 부회장, BMW 김효준 사장 등이 참여하는 ‘휴넷CEO포럼’도 기업인들의 공부방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능률협회 등도 CEO 조찬모임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독서모임, 최고경영자과정도 인기
CEO들의 독서모임으로는 13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경영자독서모임(MBS)’이 잘 알려져 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열리는 이 모임에선 6개월 동안 매주 1권의 책을 독파해야 한 기수가 끝난다고 한다. MBS는 1995년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재계 총수 중 독서광으로 알려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등이 초기 멤버다.
이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는 인제백병원 백낙환 이사장은 “이 독서모임 때문에 월요일에는 저녁 약속이나 출장을 아예 잡지 않는다”고 했다.
각종 최고경영자과정도 최근 CEO의 공부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1989년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시작으로 10여 개의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이채욱 GE코리아 회장, 윤종웅 ㈜진로 사장 등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나 세계경영연구원 CEO 과정을 졸업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CEO 과정과 세계경영연구원 CEO 과정 등을 이수했다.
현대 관계자는 “(현 회장이) 갑작스럽게 경영을 맡게 되면서 조찬모임과 CEO 과정 등을 통해 경영 공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email protected]
조용우 기자 [email protected]
한우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