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둑판의 돌을 놓는 것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택은 조직의 도약을 부르지만, 잘못된 선택은 조직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들이 고민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청취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읽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본 코너의 운영 목적이다. 이번 달의 주인공은 1세대 보안전문가 ㈜시옷의 박현주 대표이다.
㈜시옷은 암호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보안회사이다. 자동차 보안(Vehicle Security)은 자동차와 관련된 사이버 공격, 물리적 공격 및 기타 위협으로부터 자동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기술 및 절차를 말한다. 자동차는 통신, 제어, 센서 등 다양한 전자 장치를 포함하고 있어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 자동차 보안은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자동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장치이다.
우리는 자동차분야와 IoT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형태의 보안솔루션을 전장부품업체, 렌터카 및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경량암호 등의 임베디드 보안기술은 국내보안업체에서는 드물게 이미 글로벌 칩사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자율주행, 원격관제, 보험서비스등 적용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차량 데이터모니터링 디바이스는 시옷이 이미 국내에 12만대 이상의 공급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Volvo, Good Year사가 투자한 이스라엘 코렉션즈와 공동개발계약을 하며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교적 가풍이 깊은 전주에서 1남 3녀 중에 장녀로 태어났다. 이렇게 말하면, 모두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K-장녀’를 떠올리곤 하는데, 사실은 다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유복한 집안이었고, 부모님은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었다. 물론 보는 눈에 따라서는 장녀라는 이름이 큰 무게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나 같은 경우는 우선 배우고 경험하는 데 있어서 큰 혜택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첫째인 나를 항상 우대해 주셨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대에 진학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개발관리자, 연구소 실장 등, 주로 연구개발관련업무에서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다. 특히 정보보안관련 업무에서만 25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석박사도 정보보안을 했으니 나름 정보보안전문가라고 불릴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
원래 나의 꿈은 대학교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정보보안분야의 교수로 가려고 박사 학위를 딴 것인데, 회사일에 치여서 학위를 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었다. 박사 과정이 원래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교수로 가는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40세 이전에 박사학위를 받아야지만 정식으로 학교에 임용이 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데드라인을 넘겨 버린 것이다. 할 수 없이 회사에 남게 되었고, 지금은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못다한 꿈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전환점은 역시 CEO가 된 것이다. 항상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장래계획도 많이 세웠으나, 회사대표는 계획에 전혀 없었다. 처음 CEO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건 2005년도이다. 당시 나는 보안 1세대라 불리는 시큐어소프트라는 회사에서 개발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초창기에 잘 나가던 회사가 무리한 투자로 인해서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사업부 분할매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사업부는 정식 명칭이 PKI(Public Key Infrastructure)로서 암호기술을 담당하던 부서였는데, 매각을 추진하던 중에 별도의 독립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이어가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되었다. 그러는 동안 내부에서 새로운 회사의 법인대표를 내가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나는 개발자로서 개발업무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에는 고사를 하였는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면서 할 수 없이 내가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엠큐릭스라는 회사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정보보안의 세계도 다양한 환경변화를 겪게 된다. 세상이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면서 USB칩 같은 초소형 물품안으로 보안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기존에 익숙해져 있던 환경에서 전혀 다른 환경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별도 회사의 설립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처음에는 기존 회사 내부에 신규사업부 형태로 진행을 하다가 이쪽 일이 늘어나면서 별도법인의 설립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그래서 생긴 회사가 지금의 시옷(CIoT)이다. 시옷의 시는 Cryptogram의 약자이며 IoT는 기존의 사물인터넷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보안을 말하는 시큐리티보다 크립토라는 단어가 더 매력적으로 보여서 C를 채택해서 쓰고 있다. 두번의 회사설립을 거치면서 성격, 취향, 미래계획 등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10년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학교로 갔을 것이라고 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장이라는 역할을 하면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훨씬 더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성격 변화다. 원래 나는 약간은 내성적이며 내 할 일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갖고 있는 성격일수도 있겠는데, 나 또한 주변의 사물에 별 관심 없는 성격으로 그냥 나한테 주어진 일만 잘하자는 주의였다. 그랬던 내가 사장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사장이란 자리는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다. 변호사 회계사 정부관료 신문기자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크고 작은 회사의 대표들 등등.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고, 시야도 엄청나게 넓어졌다. 기존에 내가 알고 듣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우물안 개구리’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았다.
아마 학교로 갔더라면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는 생활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장이란 자리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부를 가져다주는 자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사장이란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인맥과 시야를 넓혀주는 자리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런 측면에서 사장이란 자리는 매우 가치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적으로는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기획 개발하여 사업화까지 성장시킨 것들이 성공적인 경영 활동이고 프로젝트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2000초반 휴대폰이 확산될 때, 모바일보안솔루션을 개발하여 통신사 단말에 적용하여 200만 가입자가 사용했던 것, 2010년 스마트TV에 보안기술을 적용하여 글로벌향 포함 매년 1000만대에 보안을 적용했던 것, 2020년 자동차보안솔루션을 개발하여 상용자동차 부품에 탑재 한 것 등이다. 경이로운 것은 이러한 첨단의 기획 개발제품이 산업에 적용되고 매출로 이어진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나 스스로는 물론이고 우리 직원들도 큰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워킹맘으로서 여기까지 무사히 온 것 또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딸이 둘 있는데, 지금은 모두 성장해서 큰 아이는 유명레스토랑의 쉐프를 하고 있고 둘째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직장생활의 와중에 석박사 공부하고 하면서, 두 아이를 잘 키워낸 내가 자랑스럽다. 중간에 학업 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어떠케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었던 날들이었다.
퇴근하면서 아이들 과제를 챙기는 날이 많았는데, 갑자기 챙기려니 준비하기 힘든 날도 많았다. 그런 날은 정말 속상하기도 하고, 내가 정말 아이들한테 좋은 엄마인가 하는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경험자로서 워킹맘의 심정을 잘 알기에 나는 그 누구보다도 이 땅의 모든 워킹맘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직장인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지만, 이를 수행함에 있어서 동료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나 동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행동은 정말 최악이다. IT회사들은 직원 이직이 많은 편이다.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도 많고, 본인이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쪽이 되었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두가지 패턴이 있는데, 하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 채로 떠나는 부류가 있고, 반대로 회사에 안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는 부류가 있다. 모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떠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우리는 모두 어디선가 만나게 되어 있다. 설령 만나지 않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듣게 된다. 그 사람이 회사를 창업하던, 다른 데로 이직을 하던, 반드시 언젠가는 “저 사람 어떤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누군가가 거래를 앞두고 그 사람의 신용을 체크하기 위해서 전 직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인작업을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해서 ‘평판조회’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간과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이런 평판조회가 수도 없이 많이 들어온다. 그럴 때, 어떤 답을 내놓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겠는가? 때문에 있으면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료애를 가지고 같이 성장하고 노력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CEO의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긍정적마인드와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빠른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직과 직원의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도 CEO의 필수 리더십이다. 이러한 베이스에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사회적 책임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회적 책임감이라 함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 느끼는 사명감을 말한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25명 정도 되는 작은 회사다. 하지만 나는 25명을 책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100명이다. 보통 4인 가족이니까, 100명이 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이들 모두가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행복한 회사생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행복한 회사생활은 누가 만드는가? 대부분 CEO의 행동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나? 그래서 대표는 행동에 조심해야 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감이다.
🔈리더인터뷰는 HDI인간개발연구원과 SGI지속성장연구소에 소속된 회원사 CEO들을 대상으로 취재하는 기획기사로서 저작권은 양 기관에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