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정주님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의 시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들입니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초록빛들의 향연 속에 아카시아 향기와 함께 어우러진 보라빛 아이리스도한창이지요?
이 아름다운 계절에 지중해 클럽 회원들(19명 그리고 게스트 4분)은 ‘권오춘 이사장’님의 초대로 멋진 안동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토요일 아침 8시 30분 압구정 현대 백화점 주차장에서 기대 부풀어 출발했답니다. (정말 자랑하고 싶어요. 제가 8시 30분까지 오시라고 했는데 모두 시간 전에 오셔서 8시 30분에 출발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금호고속 우등버스’를 예약해서 아주 좋은 버스를 타고 편안히 여행할 수 있었지요.
점심은 영주에서 유명한 ‘묵밥‘을 맛있는 검은콩 막걸리와 함께 별미로 먹었습니다. 특히 검은콩 막걸리가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서 1박스 사서 선물로 한 병씩 드렸답니다.
그리고 첫 행선지는 ‘영주 부석사‘, 권오춘 이사장님께서 저희들을 위해 동창이신 안동대학 동양사상 전공이신 ‘이효걸교수님’을 미리 모셔서 너무나 재미있고 귀한 강의를 들을 수가 있었답니다. 특히 그 유명한 ‘무량수전’과 ‘화엄’의 깊은 뜻과 유래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지면관계상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고 아쉽습니다.)
그리고는 ‘봉정사’ 와 안향 선생의 서원인 ‘소수서원‘을 차례로 답사했습니다.
특히 이효걸교수님께서 노트북에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해 오셔서 ‘고려불화’에 대해 아주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봉정사’ 종무실에 들어가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원래는 들어가지도 못 하는데…) 고려불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몇 년 전에 한 점에 25억 이상에 경매되었는데 요즈음에는 사고 싶어도 아예 나오지도 않는 세계적인 보물이라는데 아쉽게도 118(?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구요. 대강 그 정도)점 가운데 우리 나라에는 18 점 정도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에 있다고 합니다. 정말 깊고 귀중한 강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안동의 유명한 한정식 ‘래겸’에서 상부러지는 한정식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윤영상회장님은 게스트분들을 4분 모시고 오셨는데 집에서 직접 만드신 몸에 좋은 과실주도 가지고 오시고 ‘발렌타인‘도 갖고 오셨어요. 물론 안동에 왔으니 유명한 안동소주도 반주로 했구요.
다음은 권오춘이사장님댁!
아!, 이사장님댁의 멋진 한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가 글솜씨가 없는 것이 이럴 때 너무 아쉬워요. 죄송합니다.
하여튼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넓은 정원에 불이 켜져 있어 어둡지만 한옥의 멋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8개의 방에 방배정을 마치고 넓은 대청마루에서 과일을 먹으면서 여행의 맛과 멋을 함께 느꼈습니다.
그리고 맑은 뻐구기와 휘파람 새의 노래 소리 속에 잠이 깨어 밝은 한옥을 새삼 감탄하며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은 권오춘이사장님의 어머님과 누님께서 저희들을 위해 직접 준비하셔서 정말 황송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 이른 아침에 밥을 2그릇씩 먹었습니다. 맛있는 미역국과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구이, 그리고 나물들… 지금도 군침이 도네요.
아쉽게 ‘구담정사'(권오춘이사장님댁)를 뒤로 하고 ‘하회마을‘을 잘 보기 위해 ‘부용대‘에 올랐습니다.
숲에서는 산이 보이지 않듯이 ‘부용대’에 오르니 정말 ‘하회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낙동강과 모래톱 그리고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하회마을’은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하회마을에 들어가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하회마을’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애 류성룡’선생의 형님이신 ‘겸암 류운룡‘ 선생 가택인 ‘겸암정사’에 들어갈 수 있는 행운도 가졌습니다. 겸암선생의 후손이 살고 계신데 (학장님으로 은퇴하신 유한승교수님) 권오춘이사장님의 친분으로 저희에게 짧은 강의도 해 주셨습니다.
‘겸암정사’에서 바라본 정경도 정말 저절로 공부가 되고 시가 되는 풍경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병산서원 답사였습니다. 저도 ‘도산서원‘은 갔었지만 ‘병산서원’은 처음이었는데 비포장으로 2.8 km의 길을 버스로 가서 내렸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100 명은 들어갈 수 있는 ‘만대루‘는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자랑스런 우리 문화재였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한옥의 미와 함께 그 과학적이고 우수한 기능성도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다 아시는 ‘하회마을’, 그 중에서 최근에 지었다는 아주 훌륭한 한옥집(아마 풍산금속 회장님댁)에도 들어가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일일이 다 적으려면 정말 끝이 없을 것 같아 답사 얘기는 일단 여기서 마치구요
6월 중국 여행에 대해 말씀드리면 여러가지 일정이 맞지 않아 조정을 한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서 6월에는 회장님과 의논한 결과 ‘리움’ 미술관 tour를 할까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 여행이 여러가지로 유익하고 즐거웠지만 특히 한복을 입고 계속 강의해 주신 ‘권오춘이사장님’의 다양한 분야의 얘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풍수지리부터 주식까지…
이번 여행에 함께 가지 못하신 여러 회원님들께 아쉬움을 전합니다. 그러나 내년에 또 가기로 했으니(이번 여행에서 안 본 것도 많구요, 이사장님께서 10 년은 계속 해마다 초대한다고 하셨어요.) 너무 속상해 하시지 마세요.
가을에는 강진으로 윤영상회장님께서 초대하신 것 알고 계시죠?
참, 오늘 길에 ‘선유동계곡’에서 시원한 물속에 발도 담그는 여유도 가졌답니다. 맛있는 순흥 기지떡도 기억에 남네요.
6월 모임에서 얼굴을 맞대고 다시 자세한 말씀들 나누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미파슨스’의 ‘김종훈사장님’께서 2달동안 ‘안식월’을 가지셨는데 직원들이 너무 열심히 일을 잘 해 주었다고 합니다. 김종훈사장님의 ‘안식월’에 대한 재미있는 컬럼이 ‘매경’에 소개되어 보냅니다.
오늘(일요일 저녁) 오자마자 간단하게 기행문을 썼습니다. 오늘 지나면 이 감동이 식을까봐…
초록이 정말 눈부셨답니다.
다시 한 번 ‘권오춘이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함께 하신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별유사 김순영드림
▷▷ 김종훈 사장님 매경에 소개된 칼럼 소개
[세상 사는 이야기]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크던 작던 조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면 항상 고민하면서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는 과제가 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나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 문제를 더 자주, 그리고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외국회사와의 합작사를 경영하다보니 외국인과 한국인들 모두를 직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외국회사에 근무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그 회사의 엄정한 회사규율과 높은 업무강도를 곧잘 이야기 소재로 삼는다. 우리나라의 회사에서는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하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는 내용들이다. 가령, 근무시간에 신문을 뒤적거린다거나, 회사 근무시간 중에 사적인 일을 하는 것 등이다. 물론 내가 경영하는 회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목격된다. 당연히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들의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 생산성이 미국 등 선진국들의 49%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최근 OECD(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2006년 판 ‘통계연보’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432시간으로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다. 하지만, 우리의 생산성이 경쟁 상대인 선진국들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처럼 긴 근로시간도 의미를 잃고 만다. 결국 힘들여 일하고 심신은 피곤한데도, 결과는 신통찮고 일의 보람마저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나는 그 동안 줄곧 ‘일하는 방법과 업무시스템의 개선’을 강조해 왔었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공부한 내용을 강의도 하고, 업무 전산화나 표준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도 병행했다. 여러 종류의 경영혁신 운동을 전개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을 불러 그들의 관점을 다시 들어 보았다. 과거에도 같은 주제를 놓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들으니 당시에는 간과했던 내용들이 가슴에 와 닿으며 비로소 가닥이 잡혔다. 외국인들의 의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인 직원들은 “쉴 줄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즉, 쉬면서도 일을 생각하고, 일하면서도 쉬려하니 업무와 휴식의 개념조차도 모호해지고, 결국 업무 집중도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불현듯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쉬거나 놀 줄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했던 어느 여가학 교수의 말이 생각났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부터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30여년을 앞만 보고 달려왔고, 2년 전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 하나를 마무리한 다음 심신을 가다듬기 위해 설악산에 들렀을 때 “이런 곳에서 2~3개월 동안 푹 쉬면서 재충전과 함께 후반기 인생을 구상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했었건만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생각을 직원들의 입장에 대입해 봐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우리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43~4세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인데, 그 나이쯤이면 각자가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남아 있는 삶에 대한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은 분명했다. 더군다나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를 것이 없다는 믿음으로 우리 회사에도 안식휴가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였다.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조건들을 감안해서 임원은 5년, 직원은 10년 마다 2개월씩의 유급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제도는 도입되었더라도 분위기에 억눌려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고, 제도를 확고히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조건에 해당되는 임직원들은 미리 안식휴가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다음, 우선 나부터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휴가 기간 중에는 업무와 관련된 어떠한 보고도 받지 않을 것이며, 결재도 하지 않을 것임을 회사에 알렸다. 그리고선 내가 없더라도 각종 시스템에 의해 회사는 문제없이 운영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가를 떠났다.
간단한 옷가지와 등산복, 그리고 읽을 책 50여권을 챙겨 설악산 기슭 오색약수터 부근에 마련한 거처에 도착한 것은 지난 2월 초순이었다. 둥지를 틀자마자 며칠동안 계속해서 많은 눈이 내렸다. 마치 속세를 떠난 나를 반기는 서설(瑞雪)인 듯 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설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여전히 머리 속에 남아있는 상념들을 떨쳐내기 위해 계획한 일과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발길이 닫는 대로 등산과 사색을 즐기면서 마음속에 있는 묶은 때를 벗겨낸다. 피곤하면 온천욕을 즐기고, 과거를 회상하며 음악도 듣는다. 실로 오랜만에 시를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기도 한다. 밤에는 책을 읽다가 밖으로 나와 달이나 별을 바라보면서 생의 의미와 주어진 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도 생각해 본다. 하루에 한권의 책읽기도 꾸준히 실천한다. 매일같이 면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도 만끽해 본다. TV도 안보고 전화도 받지 않아 세상사에 신경 쓸 일도 없다.
시간이 지나고 약간은 어색했던 생활에 점차 적응이 되면서 비로소 내가 살아오는 도중에 넘치거나 모자랐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지러이 흩어져 있던 내 삶의 조각들도 정리가 되면서 제자리로 찾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3월 중순 설악산을 내려와 다시금 인도로 향했다. 굳이 인도를 선택한 이유는 최근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했거니와 내 안식휴가의 목적과도 잘 부합되는 나라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다시는 오지 않겠다며 떠나지만, 1년도 안되어 다시 찾는다는 인도는 역시 신비의 나라였다. 애처롭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오묘하고, 고귀하고, 기발하고, 화려하다. 제대로 표현하고자 하면 형용사가 부족할 정도이다. 가는 곳 마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들이 뒤범벅이 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음속에서만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고뇌와 번민과 오욕들이 눈앞에서 현실로 나타나니 당혹스럽기조차 하다. 내가 목도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 내면의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계획했던 두 달간의 휴식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하는 날, 나의 내면에는 분명히 달라진 그 무엇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과 휴식은 대립적인 가치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는 이미 떨쳐 내었고, 인생 후반부를 보다 가치 있게 살기 위해 내 스스로를 어떻게 채찍질 할 것인가도 어렴풋하나마 가닥이 잡혔음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이번의 작은 시도를 통해 체득한 소중한 깨달음을 경영에 접목시켜 우리 회사를 최고의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으로 만들고, 우리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얼굴에 좀 더 자주 웃음꽃이 피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끝)
[김종훈 한미파슨스 사장 / www.kimjongh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