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났던 두 신입 사원 이야기
송위섭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 위원장
“나는 한국은행에서 17년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최근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한국은행 과장 재직 시절에 만났던 두 명의 신입사원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당시 나는 반응을 떠보려고 그들에게 일주일 동안 아무런 일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각각 서울대 상대와 영남대를 졸업한 그들은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틀이 지나자 후자의 인물은 스스로 일감을 찾아 나섰고, 전자의 인물은 친구들과 전화나 하며 허송했다. 물론 전자의 인물도 나중에는 대오각성하고 유능한 사원으로 변신했지만, 그때 사람을 쓸 때 간판이나 배경보다 태도와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통령자문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의 송위섭 위원장(아주대 경제학과 교수)은 ‘일자리‘와 관련해 겪었던 자신의 체험을 고백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임마뉴엘 무니에는 “노동은 사물을 생산하는 동시에 인간을 생산한다“고 설파했다. 아마도 송 위원장은 두 신입사원 이야기를 통해 일자리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을 넘어 ‘가치구현의 수단‘의 의미까지 갖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일자리 창출이 왜 이렇게도 어려운가? 여기저기 강연을 다닐 때마다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심각할 만큼 하락 추세에 있다. 일자리 선순환 고리가 약화되고 있다는 말인데, 그것이 곧바로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실제로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3년 국가별 고급인력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조사 대상 30개 국가 중 한국은 기술인력 20위, 재무기술인력 22위, 고급경영자 22위를 기록했다. 광적일 정도로 뜨거운 영어공부 열풍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에서 요구되는 토플 점수는 119위(2002년 기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송 위원장은 정부가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일자리 창출 대책 체계를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부문 경제활동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의한 일자리 창출 △일자리 친화적 노동시장 구현 등이 바로 그것. 우선 민간부문과 관련해 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목했다.
“중소기업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핵심 기반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중소기업은 2004년을 기준으로 3백만 개에 이르는데, 한국 경제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 그 비율을 정량화하면 전체 사업체수의 99.8%, 전체 고용의 86.5%, 총생산의 50.6%, 총부가가치의 52.8%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1997년 2백84만명에 이르던 대기업 근로자수는 2004년 1백62만명으로 줄었지만(1백22만명 감소), 같은 기간 동안 중소기업 근로자수는 8백26만명에서 1천40만명으로 늘어났다(2백14만명 증가).”
그러나 송 위원장이 정말 주목하는 것은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다. 일종의 국가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언급한 것인데, 어떤 시비에도 불구하고 그 밑바탕에는 국가가 최대 고용주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참여정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올해의 경우에도 1조5천억원을 투입해 53만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이미 잡혀 있다. 물론 각 부처의 사업 중복을 조정하고 성과를 분석하는 등 예산과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기울일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시장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면 우리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간병, 보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며,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송 위원장은 대학교육 개혁과 평생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입사원이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은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26%에 불과하다‘(전경련, 2002년)는 조사결과를 제시하면서 사회와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인력의 양성을 역설했다. 이어서 그는 초중고에서 대학까지의 학령기 교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면서도 정작 노동시장 진입 후의 재교육은 최하위라는 부끄러운 사실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혁신하고, 또 혁신하라. 학습하고, 또 학습하라. 그것이야말로 우리 국가와 사회의 최대의 화두이자 과제인 ‘일자리 창출‘의 철문을 열 수 있는 황금열쇠이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송위섭 위원장의 이력서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서울대 경제학 석사
▲ 미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과장, 차장
▲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학과장, 사회과학대학 학장
▲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 한국노사관계학회 회장
▲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 노동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
▲ 국무총리실 정부정책평가위원회 위원
▲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금융특위 위원장
상훈: 녹조근정훈장
저서: 한국경제론(공저), 노사문제와 경제현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