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
오다케 요시키 아메리칸패밀생명보험 창업자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입니다.”
인간개발연구원(KHDI) 조찬강연 30주년(1975년 2월 5일 목요일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조찬강연’의 강사로 초대된 오다케 요시키(大竹美喜). KHDI와 비슷한 3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메리칸패밀리생명보험(AFLAC) 일본지사의 창업자인 그가 매일 아침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면서 반드시 30번씩 반복하는 말이라고 한다.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는 ‘흔들리더라도 가라앉지 말라’는 고대 유럽인의 격언도 있다. 프랑스 파리시 문장(紋章)의 배경에 새겨져 있는 이 문구가 던져주는 역설의 교훈은 개인, 기업, 국가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사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다 보면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AFLAC에서 그런 자세로 나 자신을 불살랐고, 그렇게 최선을 다한 나 자신에 만족한다.”
총자산 4만3754억엔, 본사 사원수 2738명, 대리점수 1만6271개, 개인보험 계약건수 1692만건, 법인신고소득 기준으로 일본 기업 중 27위(외자기업 중에서는 3위)…. AFLAC 일본지사가 지난 30년 동안 이룩해낸 성장신화의 외형적 지표는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다국적기업인 AFLAC의 전체 매출액 중 약 80%를 일본지사가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AFLAC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오다케 창업주는 그것을 3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했는데, 차례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틈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일본에 없는 생명보험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해 왔는데, 나는 그것을 ‘특화독자노선(特化獨自路線)’이라 명명하고 싶다. 동종 업계의 타사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우리만의 ‘기업문화 DNA’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우리는 ‘암보험’이라는 상품을 특화시키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썼다. 아울러 기존의 전례와 관행을 개의치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독자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직원들에게 ‘고객제일주의’를 항상 강조했다. AFLAC은 고객의 회사이며, 우리 직원들은 고객의 하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했다. 작년에 제작한 창립 30주년 패널에 감사, 꿈, 창조 등 3가지 슬로건을 제시하며 제일 앞에 ‘감사’를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디까지나 AFLAC은 보험회사이기에 보험료를 최단시일(평균 2.1일) 내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 결과 선두업체였던 일본생명보험을 앞지를 수 있었다.”
“미국과 일본의 경영 장점을 융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암보험은 일본 사회 풍토에서 나오기 어려운 상품인데, 기독교가 지배하는 미국에서 창조된 독특한 상품이다. 그러나 그것을 일본에 접목시킬 때는 별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본사로부터 경영 전권을 위임받은 뒤 종신고용제도 등을 그대로 유지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대신에 경영자로서 문제와 해결의 실마리를 동시에 간직한 현장을 주로 돌아다녔다.”
이러한 3가지 성공요인은 오다케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무관치 않다. 처음 생명보험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친구 10명 중 9명이 실패할 것이라며 극구 말렸지만, 그래서 도리어 성공을 예감하고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채 전 재산을 투여했다는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패는 성공의 보고
“첫째, 탁월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경영자원을 어디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절실하게 요구된다. 둘째, 풍문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나는 정보의 과다(過多)에서 과소(過少)의 또 다른 얼굴을 본다. 그것이 거품경제 당시에도 AFLAC이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은 이유다. 셋째, 실패에서 배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보고(寶庫)’라고 믿기에 전 사원이 참여해 ‘실패사례집’을 만들어서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넷째, 사람을 고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과거 일본 기업의 경영자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얌전한 사람이면 무난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성 관념에 속박되지 않고 자주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요구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그 유명한 AFLAC의 경영이념인 ‘전원참가형경영’과 ‘양치기리더십’이 도출됐다. 전자가 “하나님은 불필요한 인간을 단 한 명도 창조하지 않았다”는 믿음에서 나왔다면, 후자는 “양치기는 맨 뒤에서 전체 흐름을 조망하며 양떼를 일정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발견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다케 창업자는 자신은 기초와 토대만 다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소임은 무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 다음 세대가 내가 만든 무대 위에서 자유분방한 주역으로 활약하기를 바란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