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성공과 모토로라의 실패
김동기 고려대 석좌교수
“한때 외국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훨씬 더 좋다는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국산이 외제보다 더 우수한 경우도 많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설립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김동기 고려대 석좌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한국마케팅학회, 한국경영학회, 한국상품학회의 회장을 잇따라 역임했던 김 교수는 이어서 국산 브랜드가 외제 브랜드를 이겨낸 실제사례를 소개했다.
“대형할인판매점 분야에선 신세계의 E마트가 미국의 월마트나 프랑스의 까르푸를 누르고 국내 1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식산업 분야에서도 한국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롯데리아가 맥도널드 햄버거, 버거킹, KFC 등을 추월하고 국내 시장 1인자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화장품 분야에선 태평양화학이 국내에 진출한 외제 화장품을 누르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렇다면 국산 브랜드들이 외제 브랜드를 제치고 1인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월마트나 까르푸가 대량으로 보관하기 쉬운 공산품에 주력한 반면 E마트는 도리어 유통과 보관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신선한 채소나 생선에 주목했다. E마트에 가면 싱싱한 식품을 구할 수 있다는 입 소문이 퍼지고 차별성이 생기면서 E마트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었다. 롯데리아는 김치버거, 라이스버거 등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경영전략에서 우리가 취할 것은 무엇이고 버릴 것은 무엇인가? 김 교수는 우선 외국 수입차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도요타의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도요타의 첫 번째 성공비결은 브랜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도요타는 2002년 자사의 최고 브랜드인 렉서스로 한국에 진출했다. 당시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는 독일의 BMW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1989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뒤 17년 동안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 품질 1위, A/S 1위, 고객만족도 1위 등을 차지한 저력을 바탕으로 도요타는 정면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2년이 흐르자 도요타=렉서스=최고급 승용차라는 브랜드 전략이 통하기 시작했다.”
도요타의 성공비결을 분석할 때 제품라인 구성 전략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렉서스 구매자의 취향, 학력, 경제력 등 다양한 조건에 맞는 제품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한국의 렉서스 구매자가 학력도 높고 중산층 이상의 소득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의 취향과 경제력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라인을 구축했다. 그래서 차체의 크기, 내부 옵션, 가격과 외양 등이 한국 실정에 맞는 5가지 종류의 승용차(LS430, GS300, GS430, ES350, IS250)와 고급 SUV인 RX350 등 다양한 제품을 도입해서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도요타는 2004년 5,362대, 2005년 5,846대 등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고, 마침내 독일의 BMW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설명한 성공비결은 브랜드의 고급화, 제품의 다양화, 가격의 다변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통과 소비를 고려하지 않은 생산과 경영은 여전히 미완성일 뿐이다. 김 교수는 도요타가 렉서스의 판촉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서비스 전략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원스톱 서비스 방식을 도입해 구매자의 불평과 불만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아울러 4년 동안 10㎞를 보증 수리해 주고, 주요 소모성 부품을 2년 동안 무료 교체해 주는 파격적 제도도 도입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고객지원센터를 설치한 것은 물론이고 주요 지방도시에도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긴급출동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음악영재를 키워내고 학술연구와 문화공연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반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경우도 있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휴대폰 단말기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핀란드의 노키아와 미국의 모토로라는 이 분야에서 각각 35.8%와 15.3%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이들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3위인 삼성(9.8%)의 경영전략에 밀렸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보여준 도요타의 성공과 모토로라의 실패에서 우리는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의 교훈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김동기 교수의 이력서
▲ 고려대 상학과 졸업
▲ 미 뉴욕대 경영학 석사
▲ 고려대 경영학 박사
▲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고려대 국제대학원 초대 원장
▲ 고려대 국제대학원재단 이사장
▲ 한국마케팅학회 회장
▲ 한국경영학회 회장
▲ 한국상품학회 회장
▲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회장
▲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상훈: 필리핀정부 상공부장관상, 아시아생산성본부 사무총장상, 국민훈장 석류장 외
저서: 현대마케팅론, 소비자행동분석, 신직장인론, 국제마케팅론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