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과 김형곤의 돌연사와 심장 질환
이종구 심장클리닉센터 원장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이종욱, 전 경제부총리 장기영, 개그맨 김형곤의 공통점은? 돌연사(급사)로 인생을 마쳤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리고 그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신체 기관 중 심장이나 혈관과 관련성이 가장 높다. 심장 전문의로 명성이 높은 이종구 박사는 “나의 강연이 영생(永生)은 보장할 수 없지만 심장 질환에 대한 진단과 대응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를 질병 종류별로 살펴보면 암(1백35명)이 순환기계 질환(1백20명)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설정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고령층에서는 중풍, 심장병, 고혈압 등 심혈관 계통 질환이 사망 요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은 사후 대책보다 예방 대책이 중요한데, 특히 △흡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을 경계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 운동부족, 복부비만, 스트레스 등의 위험 요소도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심혈관 질환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고혈압이다. 그런데 이 박사는 “고혈압 환자의 3분의 1은 자신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고, 3분의 1은 아예 치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3분의 1은 혈압 조절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60세가 넘는 경우에는 2명 중 1명에서 고혈압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고혈압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상황이 심각하다면 당연히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서 치료와 투약을 병행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치료 이전에 규칙적 운동 등을 통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섭취할 때 칼로리를 제한하고 가능하면 짜지 않게 먹는 것도 좋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자주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식 식단만 평소 잘 챙겨도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
돌연사와 관련해 흔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졸중도 주목을 받고 있다. 뇌졸중은 크게 뇌동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그렇다면 뇌졸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뇌경색은 발생 후 1∼2시간 이내에 입원만 하면 혈전 용해제로 막힌 동맥을 열어주고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끌다가 일단 뇌신경 조직이 경색되거나 괴사하면 재생시키는 일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중풍의 20∼25%가 심방 세동, 판막증 등 심장병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만 중풍의 90%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는 임상 결과도 나와 있다. 고혈압과 심장의 치료, 당뇨와 콜레스테롤의 치료, 금연의 실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종구 박사는 흡연과 음주에 관련된 몇 가지 상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흡연이 백해(百害)하고 무익(無益)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역설했다. 실제로 흡연은 중풍, 심장병, 폐암·폐기종, 구강암, 식도암, 방광암, 위염·위궤양, 기관지염, 태아이상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소량의 술은 약(藥)이 될 수 있지만 과하면 독(毒)이 된다. 특히 폭주(暴酒)는 절대 금물이다. 실제로 과음(하루 7잔 이상)은 치매, 간질환, 뇌출혈, 골다공증은 물론이고 사망률 증가와도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적당량의 음주는 심장병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전혀 상반된 긍정적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술의 종류는 특별히 따질 필요는 없지만 항산화 작용과 항응고 작용을 하는 와인이 좀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루 1∼2잔의 와인은 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낭설이 아니다.”
이 박사는 ‘건강을 위한 운동’과 관련된 의학적 견해도 덧붙였다. 체중 감량을 위해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사망한 개그맨 김형곤씨의 사례가 자연스럽게 언급됐다. 김씨는 사우나로 먼저 땀을 뺀 뒤 운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아시다시피 탈수 상태가 되면 혈액이 진해지는데, 이런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모든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반인들이 건강을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등산, 수영, 속보, 조깅, 테니스, 배드민턴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 TV 뉴스를 보며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등 운동을 일상화,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운동만으로 모든 성인병을 해결할 수 있다고 과신해선 안 된다.”
이 박사는 마지막으로 식이요법도 소개했는데, 육류나 우유 등 동물성보다 고등어, 꽁치, 연어 같이 등 푸른 생선이나 두부나 두유 등 콩 종류 음식을 즐겨 섭취할 것을 권했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이종구 박사의 이력서
▲ 서울대 의과대 졸업
▲ 캐나다 온타리오대 및 맥길대 심장내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 취득
▲ 일본 후쿠오카대 의학박사
▲ 스웨덴 카로린스카대 연구원
▲ 캐나다 에드먼턴 앨버타대 교수
▲ 캐나다 로열 알렉산드리아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북앨버타주 심장재활원 원장
▲ 미국 인디애나대 교환교수
▲ 서울중앙병원 심장센터 소장 및 울산의과대 교수
▲ 대한순환기학회 회장
▲ 캐나다 앨버타대 명예교수
▲ 서울삼성의료원 심장센터 외래교수
▲ CyberMedK 대표
저서: 심장병 알면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