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7번 순방 모두 자원외교”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
산업자원부에는 차관이 두 명 있다. 제1 차관은 산업과 무역을, 제2 차관은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2 차관은 과거의 동력자원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과 자원정책실장으로 활동해온 이원걸 제2 차관은 주로 후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에너지 정책 총사령관’인 이 차관은 고유가의 사회적 파급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경제운용 계획을 세울 때 60달러 중반을 유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만약 유가가 65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에는 국내총생산(GDP)이 0.51% 낮아지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0.32% 상승하고, 원유 수입액만 연 1백24억 달러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1,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우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 경제의 내성이 강해졌다. 과거 60∼70%에 이르던 석유 의존도도 44%까지 낮아졌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업종인 화학, 섬유 등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반도체, 통신기기 등 IT제조업은 피해 정도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이 차관은 두 가지 자구책을 제시했는데, 먼저 해외자원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지금 치열한 에너지 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2004년에 14개 국가를 순방했는데, 정치 관련 방문 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13건이 모두 자원 외교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 9월부터 17개 국가를 순방했는데,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UAE, 몽고 등 모두가 자원 개발과 관련된 나라들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200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을 ‘대통령 아젠다’로 설정한 뒤 모든 과정을 직접 챙김으로써 추정량 기준 1백10억 배럴의 석유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탐사, 개발, 생산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2010년부터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차관이 제시한 두 번째 자구책은 신재생에너지 창출이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 그는 이 분야에 대한 국가 예산이 4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괄목할 변화가 있었으나 첨단 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이 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3년 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태양광 하우스를 2011년까지 10만호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설치 비용이 너무 비싸 허황된 발상이라는 시각이 강했으나 점차 상황이 바뀌고 있다. 2002년에만 해도 1kw 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이 3천만원대였으나 앞으로는 4백50만원만 있으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의 연구개발도 시급하다. 정부는 현재 서울, 인천, 대전에 3기의 수소 스테이션을 건설하는 일에 착수했다. 노 대통령이 제2차 국가에너지자문회의 당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승식을 가진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한편 이 차관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억제 정책의 필요성이 갈수록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건물의 온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예컨대 프랑스는 겨울에도 실내 온도를 18도 이상 올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겨울에 자연스럽게 내복을 입는다. 우리도 이러한 규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가 왔다. 전국에 목욕탕, 찜질방, 사우나가 무려 1만2천개나 있는데, 그 중 약 8천개가 협회에 가입해 있다. 협회 관계자들은 솔직히 주 1회 정도 휴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해줄 것을 간청하고 있다. 다른 업소가 휴업하지 않는 한 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3백65일 24시간 연중 무휴 가동하는 행태로 보면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일년 내내 밝은 조명을 켜놓아야만 하는데, 쓸데없이 낭비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20∼30%의 에너지를 누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차관은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에너지 지원 체계 구축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부는 오는 7월에 에너지재단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 재단을 통해 에너지 공급의 사회적 보편성 제고를 위한 기본방향, 프로그램, 재원조달 등을 포함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리하여 저소득층 국민들이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했다고 단전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모든 국민이 에너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가장 기본적 책무가 아니겠는가.”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이원걸 차관의 이력서
▲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제17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 상공부 기업지도관실, 중소기업정책과 근무
▲ 주 사우디아라비아 상무관
▲ 행정관리담당관, 무역협력과장, 공업배치과장, 환경과장, 항공우주공업과장
▲ 섬유공업과장, 산업기계과장, 기획예산담당관
▲ 산업자원부 공보관
▲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 월드컵조직위 미디어지원국장
▲ 산업자원부 감사관,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파견
▲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 민주당·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
▲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