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의 위성국 된다고요?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
“한중교류는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①늦은 시작 ②급속한 발전 ③밝은 미래라는 상징적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한 한반도 전문가인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상호이익론’을 설파하는 것으로 강연의 서막을 열었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중교류가 중국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3만개나 된다. 이들을 통해 대량의 자본, 설비, 기술이 유입됨으로써 중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공헌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외국제품 시장의 11%를 점유함으로써 1위를 달리고 있다. 매년 중국을 찾아오는 3백만명의 관광객과 5만명의 유학생도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는 현대, 휴대폰은 삼성, 가전기구는 LG 등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중국 인민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잠시 후 한중교류의 발전은 한류(韓流)에서 절정을 이뤘다는 닝 대사의 체험적 진단이 이어졌다. 실제로 그는 강연 중 ‘대장금’ ‘겨울연가’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의 드라마 제목을 매우 자연스럽게 주워섬겼다. 닝 대사는 “한류와 같은 소프트 파워가 중국인을 지한파(知韓派)로 만들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중교류는 한국에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선 한국에게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더욱이 중국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가장 가까이 있는 제일 큰 시장’인 중국을 통해 지금까지 1천2백억 달러의 무역흑자 누적을 기록했다. 무역흑자는 작년에만 4백억 달러였는데, 이는 하루 1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의 기업에 저렴한 노동력과 막대한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닝 대사는 특히 중국과 한국이 보완과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발전해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도 발전하고, 중국인이 잘 살아야 한국 상품도 많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그것의 구체적 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중교류의 전도가 언제나 밝은 것만은 아니다.
“북핵 문제만 잘 해결한다면 한중관계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중국이 6자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좀더 강하게 압력을 넣어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북미간의 신뢰 형성에 있다. 열쇠를 쥐고 있는 두 나라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중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북핵 문제 해결이 모두에게 너무나 분명한 이익을 가져다 주기에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노력해야 한다.”
강연 말미에 닝 대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대북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북한을 위성국(衛星國)으로 흡수하기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반론을 펼치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였다.
“어떤 사실에 근거해서 그런 황당한 보도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중국과 북한은 1949년에 정식 수교한 이래 57년 동안 선린우호 전통을 공유해 왔다. 두 나라는 대국과 소국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상호존중, 평등호혜, 내정불간섭의 3대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유학생과 외교관의 신분으로 30년 동안 북한을 관찰해온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자존심과 자주성이 매우 강한 나라이다. 사대주의 반대라는 전통을 철저히 지켜온 북한이 다른 나라에 굴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닝 대사는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원조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정치적 조건도 달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의 무역 성장률(파키스탄 39%, 인도 37%, 필리핀 31%, 베트남 21%, 몽골 24%)과 비교해 보더라도 북한(14%)에만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말이다. 그는 왜 이렇게 정색을 하며 ‘강한 부정’을 하는 것일까?
한편 앞으로 5월 한 달 동안 진행될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일정, 주제, 강사는 각각 다음과 같다.
△5월 4일: 한국경제가 직면한 인식의 위기(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5월 11일: 강철환 기자의 북한 이야기(강철환 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 기자)
△5월 18일: 기업의 인적자원 개발과 핵심인력 양성방안(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5월 25일: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이종구 이종구심장클리닉센터 원장)
(전화문의 02-2203-3500)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닝푸쿠이 대사의 이력서
▲ 김일성종합대 조선어과 졸업
▲ 1976년 중국 외교부 입부
▲ 주북한 중국대사관 근무
▲ 중국 외교부 부과장, 과장, 부국장
▲ 주캄보디아 대사
▲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