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조 순 전 경제부총리는 30일 “중국은 전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하나의 큰 괴물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차이나클럽 세미나에서 `중국 경제발판의 문화적 기초’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서구에서 개발된 정치.사회학이나 경제학 이론을 갖고 중국을 분석해봤자 중국 전체라는 괴물의 모습은 안 나온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히려 그런 분석을 통해 얻은 지식을 갖고 어떤 결론을 얻으려 하지 말고 전체를 멀리서 보고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종합적으로 중국을 파악하려는 게 실상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총리는 “중국은 다리 하나가 부러져 잘 걷지 못해도 숨겨놓은 다리가 또 하나 있는 괴물이기 때문에 곧 다시 잘 간다”면서 “중국은 눈이 하나 사라졌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보면 눈이 한 군데 더 붙어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간다”고 비유했다.
그는 “중국 경제발전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고, 시행착오도 많았고, 앞으로도 시행착오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몇 가지 시행착오가 있다고 해서 중국이 망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은 쉽게 망할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향후 발전 요인으로 ▲정부의 긍정적인 지도력 ▲풍부하고 근면한 노동력과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본 ▲중국인들의 현실적인 창의력과 인내심 ▲반만년 긴 문화 ▲세계화 등을 꼽으면서 “이같은 요인들이 있는 이상 중국의 발전에는 브레이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 부총리는 최근 중국정부가 세금, 임금, 공해기술 등에 있어서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과 관련, “중국이라는 나라는 지금 거구가 가장 빠른 속도로 마라톤을 뛰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되는 기업은 중국에서 내보내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정부나 연구기관 차원에서는 충분히 예견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 일부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에 너무 많은 기업이 갔고, 그 중 일부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한 것에 대해 그 나라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 “올림픽 후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경제성장이 둔화한 만큼, 중국도 올림픽이 끝나면 제동이 걸려 지금처럼 10% 정도의 성장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영 전 외무부 장관 겸 차이나클럽 회장은 이 날 개회사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돼 북한이 비핵화 되기 전에는 우리나라는 핵 공갈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외교나 경제문제를 장기적으로 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폐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게 하려면 사실 우리나라가 제재에 동참해야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중국보다도 북한과 동조하는 모양으로 국제사회에 비치고 있어 문제”라며 “북핵위기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특히 앞으로 2∼3년간 중국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이냐,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가 우리 외교과제의 전부”라고 주장했다.
차이나클럽은 한.중 간의 외교, 안보, 경제, 산업, 문화협력 등에 대한 포럼을 개최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2003년 11월 사단법인 한국인간개발연구원(회장 장만기) 안의 스터디그룹 형태로 출범했으며 현재 각계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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