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효석기자] 조순 전 부총리가 과거 서울대 교수 시절 제자였던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에게 스승이자 경제원로로서 `따뜻한` 충고를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조 전 부총리는 이 위원장에 “학자가 하는 말과 직함을 가진 이가 하는 얘기는 다른 것”이라며 “오해받는데 개의하지 말고 행동을 잘하되 오해받지 않도록 분배얘기는 입밖에 내지 마라”고 조언했다.
또 참여정부와 관련, “질서가 없이는 발전도 없고, 투자도 하지 않고, 국민이 마음을 붙일 수가 없는 만큼 참여 정부는 특히 질서를 잡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전부총리는 지난달 21일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주최 포럼에서 이정우 위원장이 `참여정부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주제로 특강을 하는 자리에 명예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인간개발연구원이 공개한 강연 녹취록에서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좌파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성장과 분배정책을 설명하면서 참여정부는 중도파라고 강조했다.
제자의 강연을 지켜본 조 전 부총리는 이 위원장의 과거 학생시절을 회상하면서 “당시 이 위원장은 기라성과 같은 많은 동기생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이었고 역대 경제학과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탁월한 수재였다”고 극구 칭찬했다.
조 전부총리는 이어 “본인(이정우 위원장)의 생각도 점점 깊어지고, 우리나라의 사정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 지금의 정부에게 도움이 되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게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 “학교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좀 접어두고 오래 있길 바란다”면서 제자가 국가정책 입안자로서 성공하길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강연이 또 있을 때에는 오해를 해명하려 하지말고 `앞으로 이러한 것을 한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말했으면 한다”고 조언으로 제자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조순 전 부총리의 발언 전문이다.
“이위원장, 미흡한 점 많지만 더 오래 잘해야”
오늘 이정우 위원장의 강연내용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고 본다. 물론 하나의 강연을 가지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신을 전부 불식시킬 수는 없었겠지만 이러한 기회가 앞으로 더 많이 있다면 점차 불신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정우 위원장은 1968년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서 1972년에 졸업했다. 그 당시 이 위원장은 기라성과 같은 많은 동기생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이었고, 뿐만 아니라 역대 경제학과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탁월한 수재이었다.
수재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다. 반짝반짝한 스타일이, 은근한 스타일, 순발력이 아주 뛰어난 스타일, 침잠해서 기회가 오는 스타일이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위원장은 후자 쪽이라는 느낌을 가졌다.
당시에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경제원론책을 썼는데 이정우 위원장이 나를 도와 줬다. 5명이 나를 도와주었는데 나머지는 전부 상급생이었고 이정우 위원장은 2학년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잘 도와주었다. 전체 장수가 30장이었는데 5명에게 알만한 분야에 대해서 한 장씩 써오게 했다. 지금 기억하기로 이정우 위원장은 인플레이션의 장을 써왔다. 거의 한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채택을 했다. 아주 탁월하게 잘 썼다.
말은 지금도 잘 못하지만 글은 아주 잘 쓴다. 이 사람은 머리가 좋을 뿐 아니라 진지한 사람이다. 학생 때 내가 ‘퇴계문집’을 하나 구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자 그랬더니 얼마 후에 ‘퇴계문집’을 하나 구해왔다.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다. 겉과 내용이 잘 구비된 사람이다.
인수위원회에 참가했을 때 만났는데 내게 인수위원회를 그만두고 학교로 다시 가려한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그렇게 잘 될 수 있을까 라고 했는데 실제로 지금까지 잘 활동하는 것을 보고, 사실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더 많이 오래있었으면 한다.
본인의 생각도 점점 깊어지고, 우리나라의 사정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성품이 그래도 지금의 정부에게 도움이 되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게 보탬이 된다고 생각된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학교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좀 접어두고 오래 있길 바란다.
오해를 해명하려 말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신해야
오늘 강연내용에 대한 몇 마디 소담(笑談)을 하면, 오해를 하고 있다고 본인이 강력히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에 너무 개의치 말기 바란다. 앞으로 행동을 잘하면 된다. 이런 강연이 또 있을 때에는 오해를 해명하려 하지말고 ‘앞으로 이러한 것을 한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말했으면 한다.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행동하고, 예를 들어서 분배 얘기는 입밖에 내지말아라. 아무리 학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있어야 만이 경제발전이 잘된다고 해도 학자가 얘기하는 것과 직함이 있는 사람이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일을 한다’는 방면을 강조한다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또 경영참여를 하면 경영이 잘 되고, 국가를 위해서 좋다는 얘기도 앞으로는 하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앞으로는 오해에 대한 해명을 아예 하지말고, 가령 참외밭에서는 모자를 아예 벗고 가는 식으로 해주길 바란다.
좌파·우파, 과거보지 말고 앞을 봐야..참여정부, 질서 잡아야
지금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오해하고 있는 이유는 사실 불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이정우 위원장도 포함될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옛날 박정희 대통령시대 때의 좌파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느낀다.
한국의 문제는 그 때의 좌파, 그 때의 우파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강하다. 여기서 논쟁이 벌어지고 논쟁을 하면 할수록 불신이 많아지고 국론이 점차 더 많이 분열된다.
또 정부는 이것을 잠재울 실력이 없으니까 결국에는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당시의 우파는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 향수를 품는다. 사실 그 시대가 그렇게 썩 훌륭한 시대는 아니었는데 자꾸 그때 생각을 한다. 거기에 비해서 그때의 좌파는 정말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지금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증오심이 더 늘어간다.
좌파, 우파간에 자꾸 앞을 보는 자세를 가지고 과거를 잊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가진다.
정부는 특히 질서를 잡아주길 바란다. 질서를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이 없이는 발전도 없고, 투자도 하지 않고, 국민이 마음을 붙일 수가 없다.
노 대통령, 평준화 대신 대학에 교육 일임..경쟁 고취시켜야
핵심적인 얘기로 정부는 경쟁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이끌었으면 한다. 컨트롤해서 바로잡아나가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다. 컨트롤하기보다는 경쟁을 통해서 고취시키는 방향이 좋다. 설사 좀 문제가 생기더라도 경쟁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교육에 대해서도 정부가 뭔가 자꾸 조정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식은 반드시 실패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입시에 대해서 그 대학의 대학총장에게 전부 맡겨보자. 그 방법밖에는 없다. 내가 30년 전에 낸 ‘입시지옥에 대해서 논하라’는 문제의 정답은 바로 수요, 공급의 얘기이다.
경제학의 기본원리는 몇 가지 밖에 없다. 수요, 공급, 기회비용 등 몇 가지만 확실히 알게되면 경제학을 마스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수요, 공급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훌륭한 경제학자이다. 정부가 통제를 해서 입시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내가보기에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참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이 평준화를 고집하더라도 과감하게 입시, 졸업생 선발, 교수채용, 교과내용 등 학사운영에 관해서는 일체 총장에게 맡기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고 수요, 공급이 제대로 조절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산업계, 학계 등에 있어서 경쟁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쟁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일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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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