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수교 20년, 중국을 다시 본다]
“한국, 中과 신뢰 쌓고 해양·대륙간 중매자돼야”
입력 : 2012.01.14 03:01
[8·끝] 중국 시대를 맞는 한국의 전략…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인터뷰
聯美和中정책 필요 – 한·미동맹 기본축으로 하고 중국과는 친화정책 펼쳐야
中 중심 경제통합 불가피해도… – 中 아직 法질서 안 잡힌 나라
자의적 긴급방어권 남발 않게 기초 작업에 신경 써야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 중국과는 적(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정책이 필요하다.”
정덕구(鄭德龜·64) 니어재단 이사장은 지난 3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의 생존 및 통일방정식은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중국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1999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 이사장은 2003년 베이징대(北京大), 2005년부터 런민대(人民大) 초빙교수로 중국을 연구하면서 ‘거대 중국과의 대화’ ‘한국을 보는 중국의 진심’ 등의 책을 펴냈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세계의 정치·경제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언제쯤일까.
“국내총생산(GDP)에서 이르면 2018년, 늦으면 2022년까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종합적 국력이다. 중국은 투명성과 신뢰,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 해소, 금융시스템 혁신, 국제적 지도력 확보 등 4개의 다리를 건너야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삶의 질, 학문과 지식세계 등에서 중국이 1위 국가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중심 국가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중국은 어떤 전략하에서 군사력을 급신장시키고 있다고 보는가.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가상 적으로 보면서 방대한 영토와 인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중국 해군의 군비확장이 아시아 자유항로에 위험을 고조시킨다고 본다. 한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통해 얻을 이익은 없기 때문에 한·중 간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서해상에서 한·중 간의 국지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이때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중국 위안화가 곧 달러를 대체해 기축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달러라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에 유로·파운드·엔 등이 둘러싸고 있는’다극 통화 체제(multi-currency regime)’다. 달러나 유로 수준의 기축통화가 되려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무역 비중이 20%는 돼야 한다. 자유변동환율과 자본시장 개방, 독립적인 중앙은행 등 전제 조건도 필요하다. 중국이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최소 20년 이상 걸린다. 그러나 원화와 위안화의 직접 거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올 수 있다. 이를 위해 양국 간 거시경제 조정기구를 만들어 협조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이 지원하는 한국 중심 통일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한국에 통합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과 협상할 것이다. 한국 중심의 통일이 돼도 중국의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중국이 믿게 하는 능란한 외교가 필요하다.”
―중국 중심의 지역경제통합이 가능할까.
“중국 중심 지역경제통합은 불가피하다. 동아시아 경제에서 중국을 빼놓고 바람직한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일본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중보다 한·중·일이 함께 해야 보완적 생존관계가 뚜렷하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법질서가 잡혀 있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긴급방어권을 남발하지 않도록 기초작업에 신경 써야 한다.”
―동북공정 등 중국의 자국 중심 역사인식이 주변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역사는 이웃 국가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공인받지 못한 역사는 의미가 없다.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하는 것은 공인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의 영향력이 급신장하는 시대에 한국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연미화중(聯美和中)이다.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중국이 한국을 잠재적인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화목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과 화합하더라도 같아지면 안 된다. 중국과 차별화해야 오히려 살아남는다. 또 한국은 해양과 대륙의 중매자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과 은밀히 소통해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 수준에서 중국인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신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큰 나라고 인구도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국을 아는 게 아니다. 미세한 부분까지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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