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장, 강연회에서 외환 등 전면 시장개방 강조
‘전면개방’으로 2만달러시대를 열 거냐 아니면 ‘부의 평준화’ 주장에 발을 묶을 것이냐?
배순훈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장은 4일 오전 7시30분 인간개발연구원 초청강연에서 “국민은 위의 질문에 대해 진지한 결정을 내릴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북아 경제질서를 설명하면서 “20년 전 세계금융허브가 되겠다는 런던, 뉴욕, 동경 중 유일하게 동경이 금융허브가 되지 못했다”며 “그 이유는 일본국민이 원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영어를 쓰지 않았으며, 일본 금융계는 영어를 번역해서 쓰는 정도이지 직접 영어로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나 홍콩 국민들은 외국계 기업이 들어와 금융활동 하는 것을 ‘환영’했고, 영어가 공용어인 만큼 외국인들이 그 나라에 들어가 살기 편한 조건을 만들었다”며 “외국인이 살기 편한 조건(교육시설 의료시설 등)을 만들어야 우리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이제 우리 국민은 아시아에서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될 것인지 아니면 일본처럼 세계금융허브가 되지 못하고 ’10년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양자택일을 강조했다.
세계시장통합시대에 북한처럼 고립될 것인가?
특히 그는 “한국은 외환(1만 달러 이상 신고 등) 등 정부규제가 심해 정말 금융센터를 가져올 생각이 있는 건지 또 한국이 유럽의 벨기에나 아시아의 싱가포르처럼 금융중심이 되고 싶은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정말 외환규제를 풀고 정서적으로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잘 살고 자유롭게 경제활동 할 수 있도록 용납하겠냐?”고 역으로 묻기도 했다.
“동북아경제중심위원장이 할 소리는 아니나, 유능한 한국사람이 1억도 못 받으며 일하는데,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에서 일하는 젊은 한국사람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이유로 연봉 10억 이상씩 받으며 강남에서 무척 호화스럽게 잘 살고 있다면 그걸 우리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까?
10억 이상의 연봉자들이 강남에 술값이나 뿌리는 정도 수준이라면 이건 문제 있지 않느냐, 사실 이런 정서가 우리 국민들에게 있다. 전부 개방해서 외국 금융회사 다 들어와 경제발전시켜 2만불시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모두 평준화해서 똑같이 살자고 주장할 지 이제 국민이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자꾸 통합되고 자유화되는 마당에 ‘김일성의 북한’이나 ‘폴 포트의 캄보디아’처럼 살 수 있겠는가. 자력갱생 주장하던 북한처럼 세계사회에서 고립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린 북한처럼 갈 수 없다. 솔직히, 배아파도 참아야지 눈꼴신 사람 없애고 우리끼리 산다는 건 이미 옵션이 아니다. 과거 (이 나라의) 핵심적인 역할을 못해봤던 젊은 개혁파들이 간혹 그런 생각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그런 개념도 많이 없어졌다.
참여정부 시작 당시에도, 분배냐 성장이냐 많이 얘기됐지만, 그건 몇몇의 얘기다. 지금은 참여정부 내에서 사회(주의)적인 색채는 볼 수 없다. 굉장히 빨리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 갈 업종 빨리 가는 게 경제발전에 유리
시장의 전면개방 없이는 한국경제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논조로 일관하는 배 위원장은 한국의 동북아경제중심이 되기위한 토대의 일환으로 “한국에 세계적인 금융대학원을 유치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와튼 스쿨 같은 수준의 학교와 교수들을 데려와 직접 배우고, 축구선수들처럼 금융인을 키워 세계금융시장 4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R&D(연구개발) 중심국가 될 수 있다”며 “기초과학을 튼튼히 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이를 위해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이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 새로운 시장 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집중해야 한다”며 중국진출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피력했다.
“나는 1985년부터 중국진출기업을 운영했던 사람이다. 그런 만큼 중국을 잘 안다. 중국인구 14억 중 7억 정도 현장에서 일한다고 하자, 그럼 7억 인구가 현장에서 뛰려면 몇 명의 엔지니어나 세일즈맨이 필요할 것 같은가?
삼성은 현장 : 사무직이 1 : 1 비율이다. 중국은 10 : 1로 잡아보자. 그렇게 하더라도 무려 7천만명의 사무직 종사자가 필요하다. 중국경제를 발목 잡는 게 아니라 발전시키기 위한 사무직원이 그 만큼 필요한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현장 다 싫어한다고 하니까 (중국에 가서 현장 일 말고) 나머지(사무직) 하면 되지 않는가. 중국의 발전은 우리에게 기회다.
한국에서 노사분규 등으로 버티느니, 중국에 가야할 업종은 빨리 가는 게 우리 경제발전에 유리하다. 그래야 일자리도 많이 생긴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배순훈 위원장의 강연에 대해 “언제나 주변국가였던 우리는 중심이 되려는 기대가 있지만 현실과 마음은 다른 것”이라며 “동북아경제중심 주장은 의도는 좋으나 일종의 구호 수준 아니냐”고 일축했다.
조 전 부총리는 “신용불량자가 400만이나 있는 나라에서 금융허브 하겠다고 말하면 외국 금융업계 사람들이 곧이 듣겠느냐”며 “공허한 얘기는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에서 일한 바 있다는 한 인간개발연구원 회원은 “월스트리트에서 한국 발령 나면 사표 내는 현실에서 우리가 주장하는 동북아 허브가 자칫 사상누각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우리의 금융인프라를 철저히 점검해 ‘말로만 허브’에 그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배 위원장은 2시간동안 열린 이날 강연에서 “골프장에서 돈 잃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회사가 날아가던 시대에도 우리는 시장에 투자하며 살았다”며 “유동성이 있으나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돈 있는 사람들이 요즘처럼 시장경제가 예측 가능한 시대에 기초과학 인력양성이나 기술개발 등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언론탓에 ‘한국 브랜드 마케팅’이 안된다
배순훈 동북아경제중심위원장 언론에 쓴소리
4일 오전 7시30분 배순훈 동북아경제중심위원장은 “이 자리에 기자들이 계신가 모르겠는데…”라며 시종일관 언론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내 강의를 듣기 위해 돈을 내고 내 지적소유권을 산 사람들과 달리 기자들은 돈도 안 내고 몰래 들어와 강의를 듣고 막 써재끼는 것은 문제”라며 농담임을 전제로 언론에 대한 몇 가지 불만을 성토했다.
그는 지난 태풍 루사 당시 부산항 컨테이너 소실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언론보도를 문제삼으며 “태풍이 불어 불행하게도 부산항 컨테이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언론은 잘 알지 못하면서 부산항을 복구하는 데 2년이 걸린다고 썼다, 그러나 복구는 3개월만에 다 끝났다, 그러나 언론이 복구기간이 2년 걸린다고 쓴 사이에 화주들은 부산항을 많이 떠났다, 언론은 정부가 왔다갔다하면서 결정을 늦췄다고 썼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3개월만에 그렇게 대단한 공사를 해치운 건 세계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이건 신문에 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배 위원장은 “국가재난을 당한 정부의 대처능력을 지적하는 신문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뭔가 잘못된 곳으로 느껴진다”며 “우리는 언론에 의해 ‘한국이라는 브랜드 마케팅’이 영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장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