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공약들이 넘쳐난다. 실천 가능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빔콕(Wim Kok) 네덜란드 전(前) 총리는 23일 롯데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글로벌코리아2012에 참석, 조선비즈 기자와 만나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상적인 복지는 없고 단지 합리적 복지만 있을 뿐”이라며 “유럽의 복지 정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모두가 복지국가를 꿈꾸지만 국가 예산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선거철에 난무하는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역임한 빔콕 총리는 우리나라에도 잘아려진 ‘바세나르 협약’, 즉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네덜란드 경제 기적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리 시절 복지정책을 확대한 그는 “복지 자체가 국가의 경제성장률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복지 시스템을 갖추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노·사·정의 연대를 통해 실업자를 인력이 부족한 곳에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빔 콕 총리는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선거철만 되면 포퓰리즘 남발 … 현명한 선택 필요해
–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인센티브 없는 복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근 한국에서도 복지 예산을 늘리자고 주장하는 등 복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이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커져만 갈 것이다. 한국은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 합리적 복지란 무엇인가.
“항상 정답인 복지정책은 없다. 이상적인 복지도 없다. 국가 별로 경제·사회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복지혜택뿐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노·사·정의 연대를 통해 무임승차와 공짜 복지를 피해야 한다. 또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 지속 가능성간 균형을 이루는 공생발전이 필요하다”
–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복지지출은 GDP대비 어느 정도인지.
“복지정책은 수학처럼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가마다 복지체제가 다르다. 이상적인 복지체제란 없다.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이 지금과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수십년이 걸렸다”
– 네덜란드의 잡셰어링 정책이 해답이 될 수 있나.
“지금은 15년 전과 상황이 달라 무조건 잡셰어링을 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자리가 남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퇴직연령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 그럼 어떤 정책이 대안이 될 수 있나.
“교육정책이다. 언제든지 노동시장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업교육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연대(Solidarity)를 통해 기회가 넓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 앞으로 어떤 복지정책 방향이 필요할까.
“연대(Solidarity)가 필요하다. 국가간 협력은 물론, 시민사회와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사회적 연대다. 연대를 통해 실업자가 나중에 인력이 부족한 곳에 재차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에서 탄탄한 국가들은 진보된 복지모델을 갖추고 있다. 복지 자체가 국가의 경제성장률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유로를 쓰더라도 퇴직자들에게 줄지 아픈 사람에게 줄지는 등 어떻게 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 유럽 재정위기 … 한국도 지원 나서야
– 유럽 재정위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미래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긍정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에 대한 규칙(Discipline)을 지키지 않는다면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신들이 서포트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잘하고 있다.”
– 국제적인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이 중요하다. IMF를 통해 한국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한국은 이미 역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을 도와주는 것이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오늘 발표됐듯이 중국 수출도 유럽 재정위기로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