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윤병철 한국 파이낸셜플래닝협회장
[중앙일보] 입력 2010.10.17 20:52 / 수정 2010.10.18 09:08
신한금융 사태의 해법은 조직을 생각하면 나온다
스스로를 위해 돈 버는 일은 더 이상 안 하겠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윤병철(73·사진) 한국FP(파이낸셜 플래닝)협회장이 했던 다짐이다. 그 다짐대로 윤 회장은 FP협회와 FPSB(FP표준기구)를 이끌며 국제공인 재무설계사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도 맡았다.
지난 15일 서울 도화동 FP협회 사무실에서 윤 회장과 만났다. 그는 19~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국제FPSB 연차총회를 앞두고 있다. 23개국의 FPSB 대표 80여 명이 참석하는 회의다. 그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재무설계사의 자질을 어떻게 높일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신한금융지주 사태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조직을 생각해라. 그러면 답이 있다”며 원론 속에 답을 담았다.
-FP(파이낸셜 플래너·재무설계사)를 키우는 일을 2000년부터 하고 계십니다. 재무설계 전문가가 왜 중요한 건가요.
“예전엔 개인이 스스로 자산운용을 해도 됐어요. 시장 금리가 높은 데다, 젊으니까 계속 일해서 돈 벌면 되니까요. 하지만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서, 은퇴한 뒤 여태껏 모은 돈을 가지고 생활하다 보니 금융 수익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수익이 큰 금융상품은 그만큼 위험도 높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지요.”
-전문가뿐 아니라 투자자 교육도 하시죠.
“상당수 투자자들이 ‘우선 한몫 잡자’는 한탕주의에 사로잡혀 있어요. 남들이 좋다고 하면 그대로 따라가고요. 그러다 보니 실패하죠. 우리 FP들은 투자자들에게 기본 원칙을 가르칩니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하면 플러스(+)니까, 절약하는 게 돈 버는 거다. 저축을 하되 목적에 따라 통장을 만들고, 그 목적 아니면 쓰지 마라. 또 이 세상에 가장 힘 있는 게 복리다. 이런 원칙요.”
-한탕주의나 쏠림 현상은 금융회사가 부추기는 면도 있는데요.
“금융회사 종사자들도 책임감을 지녀야 해요. 금융회사라면 목적에 맞게 장기투자하라고 투자자들을 교육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회사 수익에 도움되는 상품을 팔고 있어요. 회사가 캠페인 걸면 밑에선 무조건 팔고 봅니다.”
-KB금융에 이어 신한지주까지. 요즘 국내 금융계가 어지럽습니다.
“나는 라응찬 회장과 참 친해서, 얘기하기가 그런데…. 일반론을 얘기한다면, 모든 문제는 조직을 위하는 관점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봅니다. 자기 이해를 떠나, 그 조직을 위해 해야만 진정한 리더가 아닌가 해요. 또 이사회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집행이사보다 사외이사 수를 많게 한 것입니다.”
-하나은행장을 2연임한 뒤 스스로 물러나셨습니다. 그것도 조직을 위해서였나요.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까지 포함하면 최고경영자(CEO)를 12년 했어요. CEO를 10년쯤 했을 때 보니까, 나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진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조직에선 매우 중요한 결정이 일년에 몇 번꼴로 일어나는데, 그런 결정도 10년을 하다 보니까 일상적인 일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조직 발전을 위해선 내가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후임자는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최근 금융계에선 인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다는 논란이 많은데요.
“중요한 건 신망입니다. ‘지금 은행장 할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아, 그 사람’ 하고 다 얘기하는 사람이어야죠. 인사는 미스코리아 진 뽑듯이 하면 돼요. 미스코리아 진은 일반 사람 중 90% 이상이 진 될 만하다고 하지 않나요. 그런 사람을 후임자로 뽑는 게 CEO가 할 일이죠.”
-하나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모두 지내셨죠. 최근 두 회사의 합병 얘기가 나오는데, 은행 대형화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신가요.
“은행 합병과 대형화를 하는 건 좋은데 ‘집중화 위험’을 생각해야 해요. 우리 금융시장은 외환시장이 워낙 작다 보니 외부환경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아요. 따라서 금융이 집중화된 뒤 잘못되면 손실이 상당히 커질 수 있습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