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일이다. 양병무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원장은 23일 서울 서초동 수표교교회 예루살렘 성전에서 열린 ‘한국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한 ‘2008 수표교교회 포럼’에 참석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들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교회들 간에도 인수·합병(M&A)이 일반화될 정도로 한국교회가 개교회주의에 함몰돼 있다”며 “섬김의 리더십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직접 이웃 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김으로써 예수님의 섬김과 희생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기는 교회가 아름답다=양원장은 섬김의 대표적 교회로 광염교회(조현삼 목사)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일산세광교회(황해국 목사) 서울 동인교회(송태흔 목사) 광주 아름다운교회(김옥환 목사) 등을 소개했다.
‘감자탕교회’로 알려진 광염교회의 조 목사는 ‘우리 몫을 줄여야 나눌 몫이 커진다’를 목회 철학으로 삼고 있다. 교회 재정 잔고가 늘 100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교회는 설립연도인 1992년부터 재정의 30% 이상을 구제·선교·장학사업에 써왔고, 지난해에는 전체 헌금액 68억 중 54.2%를 해당 부문에 지출했다. 교회는 동네 가게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어떠한 형태의 바자회도 금지하고 있다. 오갈 곳 없는 이웃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나눔의 집’을 32호까지 마련했다.
분당우리교회는 학교 강당을 예배당으로 사용하면서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연간 10억원의 예산을 지출하는 교회다. 2006년에는 지역아동센터를 세워 결손가정과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교육 혜택을 주는 교회들도 많다. 94년부터 문화센터를 운영해온 일산세광교회는 어학과 학습, 건강과 취미생활 등 80여개 강좌를 개설해 800여명의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서울 동인교회는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의 학습지도를 위해 엘림아카데미를 설립하고 매달 1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광주 아름다운교회는 지난해 7월부터 이노벤 아카데미를 설립해 매달 1회 경제·경영·동기 부여·역사·자녀교육·미래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섬김도 노하우가 필요하다=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은 평신도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참여를 이끄는 동기 부여는 교회의 몫이다. 개개인의 전문성을 살리고 적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교회의 사례를 10% 벤치마킹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실천 가능하고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부터 하나씩 도입하다보면 길이 보이게 마련이라는 것. 목회자의 리더십도 중요하다. ‘각자 100점’이 아니라 ‘합쳐서 100점’을 목표로 서로를 격려하고 끌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목회자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양 원장은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수표교교회가 내년 교회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다. 다시 시작할 100년을 앞두고 위기와 도약의 갈림길에 선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나침반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했다. 오는 30일에는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가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통일 그리고 교회의 사명’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오바마의 당선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변화와 남북관계 등을 예측하고 한국교회의 역할을 제시할 예정이다.
글·사진=이경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