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인간개발연구원(HDI)의 조찬강연을 중계하는 코너입니다. HDI가 지난 47년 동안 개최하고 있으며, 제2062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HDI연구회는 국내 최다의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강연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대한민국은 독립과 민족 분단의 아픔을 겪으며 경제발전과 민족중흥을 이루고 산업화•민주화•선진국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성취 뒤에 도사린 허영과 국민정신 세계의 파탄 현상으로 정치•이념적 분열, 국가적•사회적 자정 치유 기능이 약화되는 등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았다. 지정학•지경학적 위험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향후 30년이 국가 융성기 재진입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태다. 이에 인구 절벽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결단과 국가리더십 회복, 교육 개혁 및 혁신, 자본과 노동의 관계 재정립, 열린 민족주의와 자강의 길, 그리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결단을 해야 할 때다.
한국의 근현대사: 성취, 반성, 회한 그리고 길
지난 70년의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명해보면, 분열의 씨앗과 이념 정치의 뿌리라는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이 있었다. 역사관의 핵심은 ▲그동안 어떤 성취를 이루었나? 무엇을 축적했나?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회한을 갖는가? ▲우리가 갖고 있는 고질병, 불치병은 무엇인가?(한국문제군) ▲우리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추격기→추월기→정체기→그 다음은 추락•침체인가? ▲한국은 선진국인가? 선진도상국증후군에 빠져있는가? 등이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주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보면, 민족 수난기와 독립과 민족 분단의 아픔에 이은 6•25 전쟁과 절대빈곤을 겪었다. 경제발전과 민족중흥을 이루고 산업화•민주화•선진국 시대를 열었다. 1945년 이후 독립한 150여 제3세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했다. 빈국에서 부국으로 오르며 단군 이래 처음으로 세계 대국, 일본을 앞지르는 5대 강국의 꿈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도 정치민주화, ‘시민과 언론의 자유’, ‘경제 근대화’, ‘교육과학기술의 고등화’, ‘개방화’, ‘국제화’를 통해 ‘세계의 한국’으로 지위를 변경하는 성과를 이뤘다.
한국의 선진화는 지체와 조숙, 발전과 도착의 ‘변종 창작품’이다. 일반적인 발전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시 말해 충분한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단절, 분열, 분절 속에서 이뤄낸 성취다. 일본 아사이 신문은 한국은 분명 기적을 이뤘는데, 기쁨이 없는 ‘갈등 선진국’으로 지적할 정도다.
성취 뒤에 도사린 허영, 천박성과 품격의 상실은 뼈아픈 회한이 아닐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과정에서 민주정치의 성숙에 실패하고, 민족 분단은 고착화됐다.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가 공생하는 ‘국가 이중구조’에 빠져 국민 정신세계도 파탄현상에 빠졌다.
한국의 길로 가는 핵심쟁점은 너무 빠른 경제 번영 이면에 뒤쳐진 정신세계, 뒤늦은 자아의식이 있어 성취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생기고 있다. 남북 분단에서 배태 된 갈등 분열 요인 또한 정리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잘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노동과 자본의 불화 관계 해소, 정치•이념적 분열(‘두 나라 현상, 즉 서초동과 광화문’), 국가적•사회적 자정 치유 기능 약화(‘한국문제군’), 존재•부존재 논쟁(인구절벽의 기로, 지구환경 악화, 생존자원의 고갈)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전환시대에 살고 있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산성과 노동의 자본화 등 사람이 우선인 문명사적 전환기다. AI와 인간의 분업, 인조인간, 유전자 조작 인간 탄생 시대의 가치적•윤리적 혼란을 겪는 호모사피엔스의 위기다. 아울러 공정에 대한 집착과 혼란의 시대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인적자본화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과잉 집착과 가치적 혼란이라는 이야기다.
미•중 충돌과 신 냉전 시대에 살고 있다. ▲신 냉전적 대립, 패권 생존 싸움 ▲전후체제의 퇴조, 미국의 위축과 대중국 경계심, 자유세계의 결집 이완 ▲동양과 서양 가치 문명적 대립 ▲권위주의와 전체주의국가의 재등장 ▲미중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국의 외교안보 등 세기적 세력전이기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동반위기다. 미국식 자유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 즉 경쟁 위주의 미국식 자유 자본주의에 대한 극심한 반론이 있다. 이로 인해 양극단화 현상과 포플리즘 정당의 부상, 국민들의 인식 동요 등 자유의 쇠퇴로 볼 수 있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성과와 한계(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국가자본주의 결합, 공산당 부패와 자기 모순)로 인해 동서양 진영과 대륙과 해양의 문명 충돌 가능성도 있다.
지구변화로 인한 지구적 재앙(환경 파괴적 경제발전의 귀결, 상호 파괴적 악순환의 고리, 국제적 합의와 파기)의 시기다. 자유무역 퇴조(비교생산비의 법칙), 세계화 된 분업체제, 각자 도생적 생존방정식 등 탈(脫) 세계화 현상이다.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지정학•지경학적 위험이 가장 높은 한국은 다중 핵 보유국가와 대치하고 있는 나라다. 또한 가장 중무장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과 대륙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 해양 세력의 마지막 접경이다. 생명자원, 먹거리, 에너지의 자급률이 가장 낮아 자강력의 확보가 가장 필요한 나라이다.
한국의 국가융성기
대한민국은 세 차례의 국가융성기가 있다. 제1기 국가융성기(1400~1450년, 세종시대)의 요인은 과학기술, 한글창제, 안보 상황, 대외관계가 꼽힌다. 제2기 국가융성기(1700~1800년,영정조 시대)는 당쟁완화와 신문물 유입, 가치 창조(실학사상), 대외관계, 과학기술 요인 때문이다.
제3기 국가융성기(1950~2050년, 민족중흥, 선진국 시대)는 한국전쟁과 복구 등 1차 시련기(1950~1960년)와 박정희식 압축근대화와 민주정치 체제 확립 시기(1960~2000년), 양극화 현상과 저성장 정체기, 국민 분열이라는 2차 시련기(2000~2020년)로 나눌 수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앞으로 30년이 국가 융성기 재진입 갈림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추격→추월→정체기를 거쳐 추락할 것인가 재도약할지의 갈림길에 있다.
국가 융성의 조건으로는 영웅적 리더십(문제해결 능력, 국민의 광기와 독기를 동력화하는 국가 리더십)과 국제환경 변화에 대한 발 빠른 적응력이 필요하다. 독특한 생존방정식(독자 생존력 + 국제협력 네트워크)과 강한 정체성•국론 통합•경쟁 체제, 과학기술 융성과 인적 자본화, 열린 민족주의, 확장성 도전의식, 세계적 신뢰 자산 확보가 국가 융성의 조건이다.
우리나라가 민족 중흥기(1950~2000년)를 맞이한 것은 독립과 정부 수립으로 이어진 한국인 특유의 생존본능과 함께 기와 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하고 외환위기 극복 이후 선진국을 향한 제도 개혁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2차 시련기(2001~2020년)가 온 것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해결 능력 퇴화와 양극화 현상, 저성장 정체기, 국민 분열 때문이다. 불균형 발전 전략으로 인한 ‘국가 이중구조’, 극단의 진영 정치로 ‘두 나라 현상 : 정치 집단이 국민을 두 패로 갈라치기,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두 나라 현상’이 생기면서 국가 발전의 족쇄가 돼 저성장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이 더 나아가지 못한 이유로는 ▲정치 체제, 국론 분열 ▲정치, 정책 프로세스의 생산성 저하 ▲국가 리더십의 약화(닫힌 민족주의, 기득권 체제)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의 공존 실패 ▲교육 혁신 실패(1980년대 교육의 틀 유지, 인적 자본화 실패, 특수 기술인력 부족) ▲중국의 등장과 추격, 신냉전 체제, 미•중 충돌 ▲과학시술 생태계의 생산성 저하(나눠 먹기식)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강점과 약점의 요인, 한국의 미래, 결단에 대한 글을 더 읽고 싶으신 분은 아래와 같이 강연 요약자료를 요청하시면 보내드립니다. |
정리=최인석 HDI 홍보위원(베뉴셀(주) 대표이사)
[정덕구 이사장의 이력]
▲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교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 고려대학교 상학 학사
▲ 국제회계기준재단 IFRS 이사
▲ 중국사회과학원 CASS 연구고문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장
▲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
▲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중국 북경대학교 초빙교수
▲ 서울대학교 국제금융연구센터 소장
▲ 제2대 산업자원부 장관
▲ 제1대 재정경제부 차관
▲ IMF구제금융 협상 수석대표
▲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
▲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 국장
▲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저서>
극중지계, 키움과 나눔을 넘어서, 중국의 본심, 거대중국과의 대화, 외환위기 징비록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