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67)의 신문 보는 습관은 독특하다. 남들은 대충 넘기는 인물과 사회지도자들의 동정을 유심히 살핀다. 인간개발연구원 조찬 강연회의 강연자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조찬 강연회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인간개발연구원이 설립된지 29년이 넘었다. 75년 2월 5일 처음 조찬모임을 시작한 이래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이 조찬 모임에 초대되지 못하면 유명인사가 아니라는 말이 돌 정도다.
“처음 시작할 당시는 한국의 개발 시대였죠. 자본이나 기술이 없는 우리나라가 살 길은 우수한 인력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인간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 정부의 PR업무를 장 회장은 70년 ‘코리아 마케팅’을 설립, 본격적인 정부 홍보 활동을 펴게 된다. 이 시절 장 회장은 리더십과 자기개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폴 마이어씨를 만나, 인간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신했다. 인간개발연구원은 처음부터 산학 협동을 바탕으로 경영자들을 교육하고, 인간개발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왔다.
“시장경제체제에선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요즘 보면 경영자들이 사회적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 경제를 건실하게 키워나가기위해서라도 경영자들의 자기 개발이 중요합니다.”
■한국사회 문제, 법적 대응으로는 한계■
최근 한국 사회 ‘위기론’에 관해 장 회장은 ‘인간의 문제’라는 지론이다. 민주화와 세계화가 본격화하면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주장.
“최근 문제를 특정 집단이나 법적인 문제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경제위기도 따지고 보면 도덕적이나 지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생기는 것으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제도나 법률로만 대처해서는 안됩니다.”
장 회장의 처방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인간개발. 특히 국가와 지역 사회를선도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 회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지자체장과 공무원에 대한 인간개발과 리더십 교육이다. 인간개발 연구원의 지방자치 아카데미는 경기도와 경상남도 등 60개 기관과 연구원이 협력하고 있다.
그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국외 동포를 연결하는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구축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180여개국에 진출 중인 외국 동포들을 연결해 경제발전과 인간개발의 경험을 공유, 상호간에 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 장 회장은특히 한국을 둘러싼 4강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동포들의 네트워크를 먼저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병수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