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절 돌며 법문 베껴쓰며 퇴직 때 공허감 이겨냈다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지난 2년’ 털어놔
▶ 장경작 사장이 붓펜으로 법문을 베껴쓰고 있다.
\”노는 동안 전국 150여 군데의 사찰을 돌았고 , 법문을 베껴 쓴 노트만 180여 권쯤 된다.\”
2월 롯데호텔 사장에 취임한 장경작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2년 공백’ 기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 사장은 35년간 삼성.신세계에서 일하며 웨스틴 조선호텔을 국내 최고의 비즈니스 호텔로 끌어올린 국내 대표적인 호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롯데호텔은 그가 퇴임한 2002년 말부터 그의 거취를 주목했고 이력서도 받지 않고 스카웃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지난 2월 롯데호텔 사장으로 가기 전까지 그의 근황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장 사장은 그동안 불심에 빠졌다. 절에서 무릎이 까질 정도로 절하고, 집에 앉아 법화경.천수경.금강경 등 법문을 베껴 쓰며 퇴직 후의 ‘금단 현상’을 이겨냈다고 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습성도 돌아봤다. 사회생활 대부분을 몸담았던 신세계와 경쟁관계에 있는 롯데로 옮기는 데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쉬는 동안 세상에 대해 초연해지는 연습을 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기업문화가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옮겼으면서도 그는 생각만큼 문화적 충격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절\”경영은 결국 직원들의 만족감을 높여주고, 직원만족이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된다는 점에서 다 똑같다\”고 했다.
기업문화가 다르다고 경영의 과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롯데호텔의 이미지를 뜯어 고쳐 최고급 비즈니스 호텔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호텔은 대표적인 이미지 사업인데 롯데호텔은 그가 지향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서울 소공동 본.신관 호텔은 일본 단체관광객용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 롯데라는 상호도 대중 브랜드다. 올 연말부터 호텔 개조공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 사장은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으면서 이 일을 맡았다면 그것은 죄악\”이라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믿음을 갖고 나아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순응과 믿음’의 경영철학을 피력했다.
중앙일보 경제 양선희 기자
2005.07.12 04:12 입력 / 2005.07.12 04:28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