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힘이 아닌 조직의 힘을 키워라.”
민경조(65) 코오롱그룹 부회장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1555회 조찬특강 ‘고전의 숲에서 리더십을 찾다’에서 이 같이 말했다. 민 부회장은 논어를 1000번 이상 읽어 재계에서 ‘논어(論語) 경영인’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고전과 최고경영자(CEO) 경험을 토대로 리더십의 요건을 차근차근 풀어갔다.
조직의 힘을 키우는 바탕은 뭘까. 민 부회장은 ‘지도자의 처신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이행하지만, 처신이 바르지 못 하면 비록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라는 논어 자로편을 인용했다. 그는 “리더가 솔선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면서 “먼저 스스로 당당하고 떳떳한 리더가 되라”고 말했다.
솔선해서 신뢰관계를 쌓으면 리더는 이를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시외전에 따르면 나라가 망해 도망다니던 괵나라 임금은 한 마부에게 나라가 망한 원인을 물었다가 “임금님 주위에 임금님보다 현명한 사람이 없고, 임금님 혼자 현명하셨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민 부회장은 “똑똑하지만 게으른 CEO가 좋다”고 설명했다.
게으르다는 의미는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철저한 역할분담 시스템을 갖추라는 얘기다. 아마야구는 투수가 외야수를 했다가 다시 마운드에 서기도 하지만, 프로야구는 상대 투수가 좌완이냐 우완이냐에 따라 타선을 달리 짤 정도로 임무가 전문화되어 있다.
또 리더가 모든 일을 혼자 움켜쥐면 부하직원은 시키는 일만 하게 되고,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의 생산력을 저하시킬 뿐이라고 했다.
조직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는 ‘가까운 곳 사람들은 기뻐 따르고, 먼 곳 사람들은 흠모해 찾아오게 하는 것(논어 자로편)’으로 설명했다. 민 부회장은 “인재들이 정신적, 물질적 보람을 느껴 멀리서도 오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CEO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코오롱건설 코오롱개발 코오롱스포렉스 사장 등을 거쳐 2006년 말 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사장 취임식이 있었던 1999년 초겨울의 일화를 소개했다. 취임식을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엔 “부디 성공하는 CEO가 되십시오”라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성공하는 회사의 CEO가 되겠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리더십을 발휘해 결과적으로 조직의 힘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