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쉬움 속에서 저물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많았으리라. 그러나 어느 해나 문제가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상황은 항상 변하고 문제는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성경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비기독교인보다야 감사하는 마음이 더하겠지만 감사가 체질화돼 있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 국민은 고도 성장을 하는 동안 앞만 보며 달려왔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결과를 중시하다 보니 뒤를 돌아보고 옆 사람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리더십 과정 중에 ‘감사 리스트 60선’을 작성하는 시간이 있다. 인생의 개인 영역을 가정 건강 경제 사회 지적 영적인 면의 6대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에 10개 이상을 작성하는 것이다. 처음에 과제를 내주면 60개라는 말에 ‘으악’ 소리를 지르며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샘플을 보여주면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작성하는 것을 본다. 리스트를 완성한 후에는 모두가 스스로 감동하며 감사의 묘미에 빠져든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에 감사,착한 아내와 자녀가 있음에 감사,활동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심에 감사,거처할 공간이 있음에 감사,출근할 직장이 있음에 감사,고난 중에도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 등….
“이렇게 감사할 게 많은 줄 몰랐어요.” “정말 적어 보니까 스스로 놀라게 되네요.” “감사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요.” “아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았어요.”
김춘수 시인은 ‘꽃’이란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하며 표현의 중요성을 말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말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 적으면 더욱 생생하고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 숙명여대 황혜선 교수는 “어떤 것이든 글로 적어 놓으면 나중에는 글이 살아 움직이며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 같다”고 기록의 위력을 강조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감사한 마음이 있을지라도 표현하지 않고 마음에만 간직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까지 하나님이 부어주신 축복을 세어보며 감사 리스트 작성으로 저무는 한 해를 마무리해 보자.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