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내가 영석이의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실종된 지 이틀째 되는 날 이른 아침이었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언론은 나에게 현지에 대한 설명과 영석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1, 2차에 걸쳐 베테랑들로 꾸려진 대규모 수색대가 투입됐지만 끝내 영석이와 기석이, 동민이를 찾지 못했다. 영석이의 아들과 제수씨를 보며 마치 내가 죄인처럼 여겨졌다.”
산악인 엄홍길(52) 대장이 ‘내 가슴에 묻은 별’에서 박영석(1963~2011) 대장을 비롯,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밝혔다.
엄 대장은 “지난 20여 년간 히말라야에 살다시피 하면서 숱한 인연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와 함께 등반하면서 고락을 나눈 이들은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6좌를 완등하기까지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었다. 이름만 되뇌어도 가슴이 미어지는 술딤 도르지, 박병태, 나티, 지현옥, 카미 도르지, 한도규, 현명근, 다와타망, 박주훈, 황선덕, 박영석, 박무택, 고미영…. 모두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애통해했다.
엄 대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히말라야에서 맺은 인연을 통해 이해타산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문득 잊고 살아가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배웠다”고 전한다. 264쪽, 1만2800원, 중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