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찬 용
기업CEO들과의 조찬특강서 만난 인사수석
“거절하기 어려운 인사청탁도 많았지요.공무원인 한 가까운 친척의 부인은 제게 몇번 찾아와 울면서까지 승진청탁을 했습니다.그러나 인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의 원칙을 위해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찬용(55)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이 27일 모처럼 외부 조찬특강을 가졌다.금융계와 중소기업 CEO 15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인간개발연구원의 간곡한 초청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7층 가네트홀에서 이루어졌다.주제는 ‘참여정부의 인사혁신 방향’.그는 지난 1년여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보좌역을 해오면서 느낀 여러 소회를 피력했다.
참여정부 출범 초 인사보좌관으로 발탁됐을 때를 떠올린 그는 “인사학 전공도 아니었다.언어학,그것도 몽골어를 전공했다.(인사와 관련)어떤 논리조차도 없는 상황이었다.”라면서 때문에 (발탁된 이후)항상 불안했다고 술회했다.또 “그때까지 인사경험은 광주 YMCA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직원 50명의 인사를 단행한 것이 유일무이했다.”면서 “고기잡는 방법으로 투망도 있고 낚시도 있지만 물길을 막고 물을 퍼내는 식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인사를)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가끔 경영학을 전공하는 아들에게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충고’를 듣는다고 했다.
그는 가난하던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추억을 잠시 떠올렸다.어느날 하굣길이었다.같은 반 친구와 개울가를 거닐고 있었다.그 친구는 제재소 집의 아들이어서 용돈이 꽤 많았다.반면 어린 정 수석은 점심을 매일 굶다시피하는 처지였다.그 친구가 고구마장수를 보더니 큰 놈,작은 놈 합쳐 다섯 개를 샀다.잔뜩 배가 고프던 어린 그는 군침이 돌았고,‘최소한 작은 것 한 개쯤은 얻어 먹을 수 있겠지.’라고 기대하며 친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러나 고구마는 끝내 그 친구의 입으로 몽땅 들어갔다.얼마나 분하고 원통한지 하루종일 엉엉 울었다고 한다.
정 수석은 “그 친구와는 지금도 가끔 만나지만 고구마 사건을 얘기할 때마다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잡아뗀다.”고 말해 또한번 웃음이 터져나왔다.그는 “이처럼 몇십년 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화했다.”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난 1년은 변화에 대비한 인사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자평했다.또 앞으로도 지연·학연이 아닌 시스템과 매뉴얼에 의해 운영될 것임을 강조했다.공모를 통해 뽑는 정부산하단체장 및 투자회사 사장 등에 대한 ‘공모 매뉴얼’도 다음달 완성된다고 했다.특히 고위공직자 인사발표 때에는 출생지란을 반드시 없애겠다고 새삼 강조했다.
“영암 출신인 제가 고창에 17년 동안 살아서인지 지금도 전화오는 사람들 가운데 고창 출신이 훨씬 많습니다.예를 들어 3살때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만 쭉 살아온 사람에게 출생지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김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