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사쿠야 히다치연구소 사장-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후지와라 사쿠야(前 일본은행 부총재) 히다치연구소 사장은 26일 “일본이 표면상 경제호황에 도취된 나머지 시스템 개혁에 태만했던 게 거품경제 붕괴에 따라 10년을 잃어버리는 불행의 씨앗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의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초청 강연에서 “잃어버린 햇수는 10년이 아니라 15∼20년 가량 된다”면서 “거품경제 붕괴는 워낙 치명적이라 군사력을 이용한 싸움을 안했을 뿐 제2의 패전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쿠야 사장은 “일본의 사회시스템은 40년 주기로 변동을 겪었는데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노일전쟁까지 40년간은 군사대국 노선이 지속됐고 노일전쟁에서 일본은 우연히 적의 자멸로 승리했다”면서 “이 승리에 따른 자만으로 일본은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고, 분수를 모르는 팽창으로 인해 결국 40년 후인 1945년 패전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패전이후 일본은 외압에 의해 고도 경제성장을 40년간 구가하게 된다”면서 “패전 40년후인 1985년에는 프라자합의가 이뤄졌는데, 당시 고용시장이 극적으로 변화했고, IT경제가 대두됐는데도 일본은 표면상 경제호황에 도취된 나머지 시스템 개혁에 태만해 거품경제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고도 경제성장 당시 일본 내각의 정책은 미봉책이었고, 국가는 소비자나 경제적 약자 보호.육성과 같은 것은 무시한 채 오직 경제 제일주의로 페달을 밟았다”면서 “이에 따라 거품경제 붕괴이후 일본 금융기관들은 건전한 은행업무가 무엇인가 ABC부터 시작하고 있다”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의 체제는 관민이 모두 1940년대 체제로 전체주의와 마찬가지이며, 관료들의 의식구조에는 옛날 이데올로기와 개발독재 방법론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군사.경제대국을 지향할 때 모두 일본은 관에서 민으로 상의하달식, 대기업 중심, 국가 중심의 체제였다”고 지적했다.
사쿠야 사장은 “15∼20년간을 잃어버린 일본은 지금 제2의 패전을 겪고 제3 개국의 분기점에 와 있다”면서 “이제 일본도 개인을 존중하는 시대가 됐고 시민의식에 기반한 성숙한 개인을 전제로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의 시대는 개인이 중요하다”면서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일 것인가와 같은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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