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11]
[中企 거인] 퍼시스 양영일 대표
사무가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퍼시스의 양영일(56)대표는 국내 가구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1983년 현 펴시스의 전신인 한샘공업주식회사의 창립 멤버로 출발해 대표이사의 자리에 까지 오른 만큼 가구디자인에 대한 그의 애착과 열정은 남다르다.
“퍼시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제품에 있습니다.후발 업체들도 우리 제품을 표방하지만 그 때마다 업그래이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지요.”
그는 최근 출시한 신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제품은 1년여에 걸쳐 준비해 온 퍼시스의 야심작. 그런 만큼 신경이 더 쓰인다고 한다.
그는 출장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일주일에 2∼3차례 공장을 방문, 현안들을 꼼꼼히 챙긴다. 신제품 생산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디자인은 제대로 나오는지, 전반적인 생산라인은 제대로 돌아가는지 등 생산 현장 출신의 예리한 눈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건축과 출신이라 그런지 공장 신축이나 증축때도 전문가적인 아이디어를 곧잘 발휘하곤 한다.
양대표는 제품 디자인에 관해서는 까다롭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제품이 나오면 공장까지 달려가 디자인의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하기 일쑤다. 차별화되고 제대로 된 제품만이 무수한 제품들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제품’과 ‘서비스’, ‘안정된 시스템’면에서 다른 업체들과의 확실히 차별화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퍼시스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창립부터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인사나 뇌물 등을 배격하는 윤리경영을 실천해 오고 있다. 지난 98년과 2001년에는 경제정의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명문화하지 않았을 뿐 임원진들의 경영방침은 정도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대표는 명절 때도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 차라리 봉급을 좀 더 올려주고 원하는 것을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대리점이나 협력업체 선물이나 티켓 등을 보내지 말라는 편지를 전사적 차원에서 수시로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해도 있었지만 편지를 보낸 취지를 이제는 공감하더군요.”
그는 최근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 수동적인 자세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진취적인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개발 투자나 교육 등이 지나치게 위축되면 나중에 수요가 반등되기 시작할 때 경쟁사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올해 퍼시스의 연구개발, 생산, 물류, 유통 부분에 있어서 지속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도서관, 강의실, 기숙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용 가구 시장에도 신규 진입해 사업 다각화를 이룰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가 회사 일외 열정을 쏟고 있는 일이 또 한가지 있다. 연극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서울대 공대 연극반 출신의 아마추어 연극인이다. 당시 공대에서는 특이한 활동으로 평가받던 연극반 활동을 2학년때부터 참여한 그는 2∼3학년때 주연 배우로도 활약했었다. 졸업 후인 86년에는 당시 선후배 연극반원들과 다시 모여 서울공대동문극회인 극단 ‘실극’을 만들었다. 지난 3월 실극의 여섯번째 작품인 ‘생일파티’를 무대에 올리기 까지 모두 그가 무대디자인을 맡아오고 있다.
“연극과 경영의 맥락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의 배우, 무대, 조명, 의상, 분장 등 여러 분야의 일이 정신없이 진행되지만 막상 개봉되면 여러 요소들이 상승작용에 의해 멋진 시너지 효과를 만들 듯 조직도 여러 영역의 사람들이 조화를 이뤄 나갈 때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요.”
결국 경영자는 연극의 연출자이고 직원은 배우라는 것이 양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실제 연극 무대에 올라가서는 배우들이 모든 일을 하듯이 일에서도 경영진은 직원들이 잘 할 수 있게 독려하고, 교육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연극을 통해 배웠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이런 열정과 직원들의 자율과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영 스타일 덕에 그는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편하고 부드러운 상사’라는 평을 얻고 있다.
2003.6.11 파이낸셜뉴스 신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