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로마와 몽골보다 강한 제국”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BC 3000년부터 AD 1954년까지 인류사 5천년 동안 모두 1만4천5백 번의 전쟁이 발발했다. 이 기간 중 전쟁이 없던 해는 단 2백92년에 불과했다. 1백85세대의 인간 역사에서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는 단지 10세대 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2차대전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연 평균 12회의 전쟁이 지속되었으며, 그 중에서 전투가 없었던 날은 단지 26일 뿐이었다. 미소 양극의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미국은 제3세계의 분쟁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도리어 세계 곳곳에선 종교와 영토 등을 둘러싸고 각종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보수우익의 가치를 적나라한 방식으로 표방하면서 시선을 끌어온 자유기업원의 이춘근 부원장은 ‘전쟁’으로 말문을 열었다. “새벽부터 으스스한 이야기를 하느냐”는 핀잔을 들어가면서까지 그가 전쟁과 무기 이야기로 강연회 서막을 연 데는 물론 이유가 있었다. 그건 다음 발언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미국처럼 막강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 헨리 키신저는 2001년 ‘새 천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미국은 과거 어떤 위대한 제국들도 누리지 못했던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향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과거의 로마제국, 당나라, 몽골제국도 현재의 미국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카터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브레진스키도 2004년 ‘일본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탈락했고,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중국이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세대 동안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모든 것의 전제는 군사력의 우위였다.”
이와 관련해 이 부원장은 ’21세기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5가지 숫자’라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7500억 달러: 2003년 세계 전체 국방비(세계 GDP의 3.5%) △3800억 달러: 2003년 미국 국방비(2004년 4013억 달러로 증액) △3.2%: 미국 국방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17%: 최근 수년간 중국의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 △3,025명: 2001년 9월 11일 아침의 인명 피해자 숫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숫자들은 각각 ‘미국의 힘’ ‘중국의 도전’ ‘테러리즘’을 상징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다. 이미 2002년 미국은 미국 다음으로 강한 나라보다 군사력 측면에서 10배를 앞섰고, 정규전이 가능한 규모의 군사력을 대양 건너에 투입해 전투를 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군사기술 연구개발비의 80%를 미국이 쓰고 있다는 점인데, 그 결과 군사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걸프전쟁 당시 표적을 발견해 파괴하는 데 3일이 소요된 반면 이라크전쟁 당시에는 45분으로 단축됐다. 초정밀 과학무기가 개발돼 마음만 먹으면 독재자만 솎아내서 표적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부원장의 주장은 곧바로 다음과 같은 반론들에 부닥쳐야 했는데, 우리 사회가 그래도 많이 균형이 잡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정치학은 군사력 우위 확보의 시각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반테러 전략은 ‘단기적 군사작전’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정치작전’에서는 도리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해도 체제가 보장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바꾸기 위해 정치적&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정태익 전 주러 대사)
“후손을 위해 대북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 일각에 존재하는 미국과 과학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만큼 오판을 많이 한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졌다가 1천5백만 달러만 날리고 나온 나라가, 그리고 지금 이라크에서 그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설사 군사적으로 김정일만 솎아내서 없애는 방법이 있다 해도 찬성하고 싶지 않다.”(임덕규 월간 디프로머시 발행인)
“군사력보다 우위에 서 있는 것이 그 나라의 외교력, 나아가 가치관과 문화적 수준이다. 미국의 턱 밑에 있는 남미에서 왜 좌파정권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아버지 부시가 추진하던 NAFTA가 왜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도리어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군사력에만 의존하려는 데 있다. 아무리 군사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자살테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평화를 유지하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각에 관심을 돌려주길 바란다.”(조순 전 경제부총리)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